지승룡 원장(팔체질 한의원)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오히려 미국인 환자들에게 팔체질을 설명하는 것이 쉬울때가 많다. 체질(constitution)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설명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들은 그럴수 있겠다고 이해하고 오히려 쉽게 받아 들이는 편이다. 그러나 한인 환자들의 경우 체질이란 말이 너무 친숙한 반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거나 사상체질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사상체질은 무엇이고 팔체질은 무엇인가?  팔체질은 네가지 체질의 사상체질을 단순하게 둘로 나누어 여덟가지로 만든 것일까? 답변에 앞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왜 하루는 24시간인가? 왜 1년은 12개월일까? 왜 일주일은 8일이 아닌 7일일까?'

우리는 이런 것들이 단순히 정한 숫자이며 약속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 생활에는 수(數)의 법칙이 있다.  얼굴의 구멍은 몇개일까? 7개이다. 우리 손의 뼈마디는 몇개인가? 7개의 배수인 14마디이다. 여자의 월경은 7의 4배수인 28일이고 태아 출생일도 7의 40배인 280일 이다. 이렇듯 이 세상의 만물의 구성은 '7'이라는 숫자로  구성 되어 있다. 이런 구성을 움직이고 운행하는 것은 12시간 24시간, 12개월 등의 12라는 숫자의 배수이다.

모든 만상은 숫자로 규합되는데 만물의 개성을 나타내는 숫자는 '8'이다. 예를 들어 계절의 개성을 봄, 여름,  가을 , 겨울 네가지로 나누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를 입춘, 춘분, 입하, 하지, 입추, 추분, 입동, 동지등의 8개로 나누었고 방위 (方位)도 4방4우로 8개의 개성을 나타 내었다. 이렇듯 8체질은 단순히 사상체질을 나눠 만든 것이 아님으로 12체질론, 24체질론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상의학과 팔체질의학은 연관이 없는 것일까?  사상의학을 연구한 권도원 박사는 사상의학은 침으로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한약으로 병을 고치는 의학이라고 했다. 이 의학을 연구하던 권 박사는 침으로 체질의 장부 균형을 맞춰 병을 고치는 원리를 연구하다 팔체질을 찾게 되었다. 출발선은 사상의학 이었지만 60여년이 지난 현재 팔체질의학은 권도원 박사의 연구에 의해 사상의학과 다른 새로운 의학 원리와 논리가 성립된 상태이므로 사상의학과는 별개의 새로운 의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필자 또한 필자 자신의 병을  사상체질 한약으로 완치한 이후 7년 동안 사상의학 연구에만 매진해 왔다. 모든 환자의 치료를 체질 한약을 이용해 임상해 오면서 체질에 맞는 약을 썼을때 다른 처방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수년간 임상하면서 사상체질의 부족한 면과 체질 진단의 모호함에 고민하곤 하였다.

사상체질의 체질 진단은 우선 망진이 우선시 된다. 망진이라 함은 사람의 생김새와 체형, 태도 등을 보고 진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음인의 전형적인 코는 방울코이며 소양인의 눈은 눈꼬리가  찢어진 눈이 많고  태음인의 눈은 소의 눈을 연상시키는 울것 같은 눈을 가지고 있다든지  어깨 넓이 또, 이마의 생김새라든지  등을 확인하고 체질을 판단한다.  그다음에 성격도 체질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얼굴의 생김새와 성격으로 체질을 판단함은 오진 확률이 너무도 크다. 얼굴의 모양은 성형수술로도 얼마든지 바꿀수가 있으며 성격은 환경과 교육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했던 필자는 팔체질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팔체질은 사상체질을 전혀 다른 의학으로  업그레이드한 완벽한 한의학, 완벽한 의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여덟가지 체질이 전혀 다른 체질  맥(脈)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한 권도원 박사의 연구에 힘입어 체질판단을 모호하고 불완전하게 진단 하는 것이 아닌 맥진 만으로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천년을 맥진하며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팔체질의학은 발견 규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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