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해제될 것 같았던 재택명령(Stay-at-Home)이 오로라를 포함한 일부지역에서 또다시 연기되었다. 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4월 27일부터 일부 비즈니스 오픈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그 다음날 덴버와 트라이카운티 지역은 좀 더 강력한 조치를 내리기로 하면서 5월 8일까지 재택명령을 연장했다. 지침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어 지금의 추세라면 비즈니스 오픈 시기가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국인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주 정부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맞지 않겠나 싶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철저한 자치제이다 보니 시 혹은 카운티의 자체적 행정명령이 더 우선시 된다. 현재 콜로라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덴버, 두 번째는 오로라가 포함된 트라이(Tri) 카운티이다. 그렇다 보니 이 지역들은 확진자가 적은 지역보다 더 강력한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콜로라도주내 코로나 확진자는 지난주말 기준으로 1만4천 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680여 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수만 보면 벌써 한국의 3배에 육박하는 데다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감염자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 생업을 포기하고 집에만 있는 것도, 그렇다고 무조건 비즈니스를 오픈하는 것도 난감하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면 지금은 행정명령을 따라야 한다.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해도,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하지만 재택명령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덴버만 해도, 지난주에 다운타운에서 자택대피령에 대한 반대시위가 주 의사당 인근에서 열렸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모인 이들은 가까이 붙어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은 채  "공포보다 자유가 우선이다", "사회주의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낫다" 등의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있다. 일부 시위대는 차를 끌고 나와 경적을 울리며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자칫 과격해질 뻔한 이 시위는 뜻밖에도 의료진들에 의해 진정되었다. 의료진들이 담담한 표정으로 차량 앞을 막아 시위대의 행동을 저지한 것이다.

    녹색 의료복을 입은 한 간호사가 시위 차량 앞을 막고 서 있는 사진이  SNS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들에게는 ‘망토 없는 영웅’ 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망토 없는’ 혹은 ‘맨몸으로’라는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열악한 미국 의료환경과 겹쳐 연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의하면, 인구 천 명당 병상 12개가 확보되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3개가 고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의료인들이 코로나 사태로 가지는 공포와 절박함은 맨몸으로 차량을 막아설 수밖에 없었던 한 간호사의 모습으로 익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진들이 있어 미국의 코로나도 언젠가는 종식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이 전세계적으로 모범 사례로 꼽히며 서서히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의료진 덕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힘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와의 전쟁의 최전방에 있는 이들이 바로 의료진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일선병원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방호복을 전투복처럼 입은 의료진들은 생명 하나를 더 살리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잠시만 입고 있어도 온몸에 땀이 차는 방호복과 마스크에 고글까지 쓰면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 장시간 고글을 끼는 바람에 수많은 의료진의 얼굴 피부가 짓물러 온통 반창고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천막으로 쳐진 진료소에서 밤낮없이 대기하며 환자를 맞고 있다. 자신의 개인병원 문을 닫고 대구로 달려간 66세 의사를 비롯해 치료를 자원한 의료진만 해도 3천 명에 이른다. 또, 세계적 찬사를 받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선별진료소에서도 우리 의료진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차에 탑승한 사람들의 문진표 작성을 돕고, 의심 환자의 체온을 재고,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 모두 의료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확진자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한 병원 전체 방역 활동도 의료진의 몫이다. 외래, 진료실, 대기실, 간호사실, 병실 등 구석구석을 소독하고 분무하는 방역 활동은 물론, 음압병실의 청소와 배식, 의료폐기물 처리, 시신 소독까지 해냈다. 환자를 치료하다 자신이 감염된 의료진도 240명이 넘는다. 의료진들은 코로나 신규 사망자 0명을 달성하는 그날까지 제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코로나 영웅들을 위해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캠페인에 참가하는 사람은 우선 한 손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다른 한 손은 이를 받치는 수화 동작을 한다. 이는 '존경'을 뜻한다. 참가자들은 이런 동작을 한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이야말로 수퍼 히어로' 라는 응원 메시지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기고 있다.

     본인의 목숨도 위협받지만, 한 명이라도 더 완치시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주간포커스도 지면으로나마 존경의 메세지를 전한다. 나아가 코로나19과 사투 중인 전세계 의료진들에게도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 그들이야말로 코로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진정한 영웅이다. 코로나가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생한지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신종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설마 하며 방심한 결과가 엄청난 고통을 초래했다. 지금은 희생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못지않게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생활화하면서, 정부를 믿고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경제 활동 재개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 시기도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다들 조금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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