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신문이 배포되자 마자 사무실 전화통은 불이 났다.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기사가 나간 지 30분도 채되지 않아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이렇게 빨리 신문기사에 반응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필자가 덴버의 신문사에 몸담은 지난 17년 동안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처음이어서 얼떨떨하기까지 했다. 목요일 하루동안 백 여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주말까지 2,000장의 마스크는 동이 났다. 하지만 마스크를 구하고자 하는 전화는 오늘도 계속 걸려오고 있다. 2주전 필자가 2,000장의 마스크를 어느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의 기능성 마스크도 아니었고 단순한 일회용 마스크였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집집마다 일회용 마스크 정도는 웬만하면 모두 구비를 해 놓았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실상은 완전 달랐다. 신문이 배포되자마자 가장 먼저 마스크를 받으러 온 분은 필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사무실 밖에서 10여분을 기다려 사진 모델까지 자청해 주셨다. 지팡이를 짚고 오신 두 번째 어르신은 고개를 몇 번이나 숙여가며 “고맙다, 정말 큰일 하신다” 라는 말을 건넸다. 너덜너덜한 파란색 천 마스크를 쓰고 오신 할아버지는 “국가도 못하는 걸 포커스가 해준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셨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몫까지 챙겨가기가 눈치가 보여 머뭇거리는 할머니에게 몇 장을 더 챙겨주자 눈물까지 글썽이셨다. 월마트, 타켓, 월그린 어딜가도 마스크를 살수 없었다는 할아버지는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셨다. 이렇게 많은 전화를 받은 것도, 이렇게 많은 감사를 받은 것도 사실상 처음이었다.

      마스크를 나눠준 시간은 주간포커스에 있어서 또다른 감동의 시간이었다. 오히려 더 많이 챙겨줄 수 없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또, 한인 동포들을 위해 아낌없이 마스크를 기부한 독지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런데 문득,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스크를 챙기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답은 간단하다. 시중에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마스크의 필요성을 늦게 인지한 미국이다. 그래서 그동안 마스크 수요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공급이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일주일 정도 부족했다면 수긍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2개월전부터 마스크를 시중에서 구하지 못했다. 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일등 국가인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급확산되면서 지난달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가구당 두 장의 마스크를 배포했던 적이 있다. 그때 자국민들의 지탄은 대단했고 심지어 외신들도 비웃었다. 그런데 미국은 더 심하다. 구입하기도 어렵고, 국가에서 주지도 않는다. 코로나가 퍼질 만큼 다 퍼진 이달 말이 되어서야 그나마 약간의 공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으면 공급이든 배포든 국가차원에서 시급하게 뭐라도 해줘야 한다. 한국의 경우, 처음에는 마스크 대란으로 잡음이 많았지만, 결국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또, 한국 마스크는 모양도 그럴싸해서 쓰고 다니면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이다. 더구나 지금은 충분한 물량까지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마스크 공급에 이어 의료 시스템도 허술했다. 하버드, 예일, 존스 홉킨스라는 세계 최대 의대를 자랑하는 강대한 미국이 보잘 것 없는 한국에서 진단 키트를 비롯한 의료설비, 의료충고를 받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매주 열리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미 의회 청문회는 한국에 대한 칭찬으로 시작해 ‘한국을 배우자’로 마무리 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지난주 한국에서 65만 개의 진단키트를 들여오기로 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일본도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 수요와 수출 적체로 이번 달 말까지는 일본 수출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한국이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검진을 빛의 속도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한 진단키트와 혁신적인 검역시스템이었다. 이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미국의 자존심도, 일본의 콧대도 꺾었다.

      미국은 확진자에 대한 관리 또한 이렇게 소홀할 수가 없다. 숨이 넘어가지 않으면 입원도 안 시켜준다. 검사받으러 가는 길도 쉽지 않다. 콜로라도에서 간신히 두어개 운영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도 의사의 소견서가 첨부된 예약자에 한하고, 이 또한 걸핏하면 운영이 중단되곤 한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진되었다고 해도 병원가는 일도 주저된다.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비는 2만달러 선이다. 이렇다 보니 입원도 꺼려진다. 이에 반해 한국은 무료 검진에다, 치료비도 4만원선이다. 이마저도 국가지정 전염병이어서 모두 환급된다. 스페인의 한 현지 언론은 “한국이 군대도 없이 지구를 침공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전 세계가 우수품질의 한국산 마스크와 진단키트, 손소독제, 방역 문화산업 같은 소프트웨어 파워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강국이라고 자신해왔던 독일도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진단 방식을 도입했다. 이탈리아는 우리의 방역 체계를 배우기 위해 국가차원의 스터디 그룹을 조직했으며, 백악관 역시 매일매일 한국의 코로나19 통계치를 바탕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에 목을 매달고 있는 진풍경이 연일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복지로 유명한 북유럽의 선진국들을 비롯해 세계 어느 국가도 해내지 못한 의료복지 선진국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모두가 ‘한국이 옳았다’라고 인정한다. 이 코로나 사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대한민국은 의료강국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나아가 경제강국으로도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이제 믿고 구입하는 제품은 일본제품이 아니라 한국제품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무엇보다 우리 2세들이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갖고 자신있게 활동할 수 있어 다행이다. 한국이 코로나 극복 세계모범 케이스로 인정받은 것은 대동단결한 국민과 의료진들의 노고 덕분이다. 그동안 미국에 살면서 미국에 대한 막연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실체없이 우왕좌왕하는 미국 정부에 놀랐고, 야무진 한국의 모습에는 더 놀랐다. 대한민국은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탄탄한 선진국 대열에 입성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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