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들이대자 술술 자백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 씨가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다가 돌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자백하면서 뱉은 말이다. 경찰이 접견 조사를 시작한 초기 때만 하더라도 그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대면 조사가 한창 진행된 지난주 중 경찰에 돌연 화성사건의 범인이 본인이 맞는다고 실토했다. 굳게 닫힌 이 씨의 입을 연 것은 화성사건의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였다. 이들 증거물에서 나온 DNA는 이 씨의 것과 일치했다.

      이 씨는 경찰이 DNA 분석 결과를 알려주자 “DNA 증거가 나왔다니 할 수 없네요”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백을 시작한 이 씨는 모방 범죄로 드러나 범인이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모두 9차례의 화성사건은 물론 전혀 다른 5건의 살인까지 모두 14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강간과 강간미수 등 성범죄는 30여건이나 저질렀다고 진술해 조사하던 경찰을 아연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일부 범행이 이뤄진 장소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하는 등 범행 당시 상황을 꽤 상세하게 묘사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화성사건 이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부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 씨를 9차례나 원정 대면조사 했다.

       경찰은 초기 조사에서 주로 이 씨와‘라포르’(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어느 정도 라포르가 형성됐다고 판단한 순간 경찰이 꺼낸 DNA 카드에 결국 이 씨는 30여년간 숨겨왔던 자신의 악행을 줄줄이 털어놨다. 경찰은 지난주 국과수로부터 4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도 이 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으나, 이씨는 4차 사건 감정 결과를 전달받기 전에 이미 심리적 방어벽이 무너지면서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일 브리핑에서“라포르가 형성된 상황에서 이 씨가 지난주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임의로 자백하기 시작했다”며 “본인이 살인은 몇건, 강간은 몇 건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가 자백했지만 오래전 기억에 의한 자백인 만큼 당시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이 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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