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무대 전면 내세워‘장녀 띄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30일 역사적인 판문점 행보에서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존재감을 한껏 과시해 향후 그의 영향력이 주목된다. 반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은 판문점 방문에는 빠져 대조를 보였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외교 무대를 누빈 이방카 보좌관의 행보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판문점 이벤트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방카 보좌관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했고 이어 판문점 방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수행했다.

      특히 이방카 보좌관은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함께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도 방문해 내부를 둘러봤다. 이 회의실은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양쪽에 걸쳐 있어 내부로 들어가면 북측 지역을 밟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생존 미국인 중 북한 땅을 밟은 이는 몇 안 되는데 이방카 보좌관이 그들 중 하나가 됐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방카 띄우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마지막 일정이던 오산 미군기지 연설에서 이방카를 호명하며 “그가 관심을 독차지할 것이다”고 말하며 연단 위로 불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연단에 오른 이방카 보좌관을 향해 “아름다운 커플이다. 미녀와 야수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G20 정상회의에서도 이방카 보좌관은 종횡무진 활약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국 정상의 양자 회담에 여러 차례 배석했고 여성 역량 강화에 대한 특별세션에도 아버지와 함께 참석해 연설했다. WP는 “이번 일본과 한국 방문에서 드러난 장녀의 존재감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가 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정치적 야망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의 딸이 공적인 외교 무대를 누비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이 일종의 입헌군주제 국가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며 “신뢰성 차원에서 문제가 커진다. 동맹 등 미국이 상대하는 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만이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정작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조율하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에는 빠졌다.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그는 이후 판문점 대신 몽골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측이 강력 반발하는 볼턴 보좌관을 판문점 수행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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