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주의’ 헌법 어긋 … 위헌 논란 예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미국태생 자동시민권제’(Birthright Citizenship)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예고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11월 6일 중간선거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시민권제’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이라는 폭탄선언을 하고 나서면서 이민자 커뮤니티는 물론 선거를 앞둔 미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Axios.com)는 30일 ‘자동시민권제’ 폐지 계획을 밝힌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부분 공개했다.  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체류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헌법상 권리를 폐지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행정명령을 실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권자가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이는 어처구니없이 말도 안된다. 이제 이 제도는 끝나야 한다” 고 ‘자동시민권제’ 폐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앵커베이비’(anchor baby)와 ‘연쇄이민’(chain migration)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폐지의사를 밝힌 바 있어, 중간선거 이전에 행정명령 서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액시오스도 이 행정명령은 ‘앵커베이비’와 ‘연쇄이민’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들 중 가장 극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출산한 아이를 제외한 모든 외국인과 단기 이민자가 미국서 출산한 자녀들의 시민권 부여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 영토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와 귀화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어 이같은 행정명령은 거센 위헌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정헌법 14조에 근거한 위헌논란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그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연방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폐지할 수 있으며, (의회가 법을 개정하기 전) 나는 행정명령으로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동시민권제’ 폐지는 그 파장이 불법체류 이민자를 포함해 미 전국 수백만 이민자 가정에 미치게 될 뿐 아니라 지난 150년을 이어온 미 이민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어서, 논란과 반발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행정명령이 실제 발효되면 우선적으로 미 전국 수백만 이민자 가정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해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400여만 명 중 대체로 약 20%가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고 있어 이들 중 상당수 가정의 자녀들은 더 이상 시민권자 신분을 부여받을 수 없게 된다. 인구센서스국 통계에 따르면, 한해 미 전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400여만 명 중 미국 시민권자 부모를 둔 신생아는 318만 명으로 80.1%이며, 이민자 가정 신생아는 19.9%에 달한다. 이들 중 영주권자 등 합법체류 신분 가정에서 태어난 신생아 49만여 명을 제외하면 약 30여만 명이 불법체류자 가정에서 태어나고 있다. 이들 30여만 명은 부모의 신분에 따라 태어나자 마자 불법체류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불법체류 신분 부모가 출산한 아이 ▲방문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미국서 출산한 소위 ‘원정출산’ 아이 ▲학생비자나 취업비자 등 단기비자 소지자들이 출산한 아이들은 자동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는 없게 된다. 불법체류자와 단기체류 비이민비자 소지자의 미국 태생 자녀들까지 대체로 매년 약 40여만 명 이상의 미국 태생 신생아들의 시민권 취득이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도 ‘자동시민권제’폐지가 입법만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방의회에는 지난 2005년부터 거의 매년 ‘자동시민권제 폐지법안’이 발의되고 있으며 매번 50여 명 이상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중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나온 행정명령 예고는 고도의 선거전략으로 분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 직전 서명을 강행해 극적인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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