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덴버에 있는 한 양로원에서 입원해 있던 한인 할아버지의 간호를 소홀히 해 문제가 되고 있다. 머리를 희롱하듯이 때리고, 귀를 잡아 당기고, 가슴부위를 때려 그 충격으로 엑스레이 촬영결과 폐가 내려 앉았다고 한다. 90세가 넘은 노인이 하는 말이라고 관계자나 경찰은 전적으로 이를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평소 말이 별로 없던 분이 자녀들을 보자마자 “한동안 숨이 막혀 죽을 뻔 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거짓말은 아니다. 또한 엑스레이 촬영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한인 노인들을 위해 명절 때가 되면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 행사를 한다. 그럴 때마다 봉사하는 사람 따로, 생색내는 사람 따로였다. 환자의 대부분이 노인이기 때문에서 소화기능이 좋지 못하고, 스스로 젓가락을 사용해서 밥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준비된 음식은 소화기능이 왕성한 사람들에게 맞는 자주 식단이 올라온다. 자식들이 찾아오지 못한 노인들은 팔 움직임이 불편해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밥을 먹고 싶은 양껏 먹지도 못한다. 밥 먹는 것을 도와주지는 않고 꽃 단장하고 생색내는 일에 치중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 보호자들도 여럿 봤다. 정말 노인들을 위해 시간을 낸 것이라면 개인 방에 가서 건강 회복 기도를 드려도 되는 일인데 굳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을 한 곳에 모아 예배도 드리고 성금도 받는다. 노인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음식을 대접하고, 기도를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행사이고, 대접이고, 예배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상황에 맞게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이다. 덴버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남을 돕는 사람들도 많다. 생색 내면서 할 정도는 아니라면서. 어려운 노인 한 부부를 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쌀 1포대씩을 가져다 주는 사람, 가난한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손자를 위해 지난 3년 동안 일 년에 2켤레의 운동화를 사 주고 있는 사람, 이웃에 살았던 인연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한 달에 한번씩 집안 청소를 해주고 있는 사람,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할머니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들러 건강식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아주머니, 매번 무엇을 해 줄까 고민하다가 어려운 노인 부부에게 한 달에 1백 달러씩 주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들은 신문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를 위한 봉사인 것쯤은 알고 있는 듯하다.

무조건 나이 들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봉사는 아니다. 이번 입양아 캠프에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해 봉사하는 관계자들 모습을 보았다. 볼 때마다 감동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도 중간에 한 단체의 생색내기로 얼룩 졌을 때가 있었다. 이렇게 사심 없이 봉사해 온 사람들을 무시하고, 마치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금방 끼어든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여긴다면 옆에서 보는 사람도 화가 난다. 영사관에 몇 마디의 말로 생색내는 것 보다‘진정 입양아 캠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대가 없이 봉사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공을 가로채는 일이 있으면 이를 얄미워 하는 감정 또한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20여 년 동안 열심히 일해온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입양아 캠프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힘들게 봉사해온 사람들을 인정하고, 배우고, 감사해야 한다. 또, 무료 건강 검진을 할 때도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크다. 대부분의 건강 검진이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검사를 받으러 가는 사람들도 제시간에 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 봉사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검사장에 나와 서류작성에서부터 검사실 안내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것을 보면서 돈 받고도 못할 일인데,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봉사라는 의미가 깔려 있어도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는 없나 보다. 가끔 마음이 불편한 봉사활동을 본 적이 있다. 지난 번 어버이날 행사가 있었을 때가 그랬다. 타이틀이 어버이날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버이를 배제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하나로 뭉쳐서 해야 할 행사였지만 2개로 나뉜 주최측은 서로 노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양측을 아는 사람들은 당연히 불편한 행사였던 기억이 난다. 준비과정은 마치 아는 사람들 모두 끌어 모이기 대회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초청을 받아도 기쁘지 않는, 행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투성이었다. 더구나 후원금까지 따로 내야 했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중부담을 안아야 했다. 일단 어버이날 행사라면 진행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해도, 행사의 목적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이 모든 것이 생색내기에 급급했던 결과다.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봉사활동을 위한 행사는 결국 한인사회 민폐라는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좋은 의도로 하는 행사까지 왜곡될까 염려스럽다.‘진정한 봉사’, 글쎄다. 필자도 별로 해본 적이 없어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구를 위한 봉사인 가’를 먼저 생각하고 하는 것이 봉사활동의 ‘시작’이라는 것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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