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 부재와 전쟁설

김현주 국장(이하 김): 평창 올림픽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네요. 오늘 주제는 올림픽인가요?
이oo 기자(이하 이): 올림픽은 다른 기획기사로 많이 나가고 있잖아요?(웃음) 이번 주 별도 기사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은 주한미국대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김: 내 예측이 빗나갔군요.(웃음) 주한미국대사는 현재 공석이죠?
이: 이야기가 평창 올림픽과도 관련이 아주 없지는 않을 거에요.(웃음) 네, 맞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임명된 마크 리퍼트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작년 1월에 이미 퇴임했는데요, 1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가 부임은커녕 임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김: 그러고 보니 리퍼트 대사는 여러 가지 사건이 참 많았던 주한미대사 같아요.
이: 맞습니다. 미국 대사가 한국에서 면도칼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고요. 한국에 부임해서 아들을 낳아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죠.  
김: 그런데 리퍼트 대사 이후에 주한 미국 대사로 빅터 차 교수가 이미 내정되었던 것 아닌가요?
이: 네. 빅터 차는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석좌(Korean Chair)를 맡고 있는 대표적인 미국내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북정책에 있어서 대표적인 매파입니다. 그러니까 후보시절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대북 강경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죠. 그래서 빅터 차 교수가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을 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김: 그런데 갑자기 뒤집어진 거군요?
이: 네. 그래서 더욱 의구심을 자아냈는데요. 뭔가 개인적인 문제인지 한미간의 문제가 있는지 의견이 분분했죠. 이들 가운데 몇 가지가 차 교수가 대북정책에 있어서 백악관과 대립했다는 설, 지나치게 한국과 가까운 인사라서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다는 설, 한국의 정재계와 부적절한 커넥션이 있었다는 설, 백악관 내 권력암투설 등등인데 아직 정확하게 확인된 바는 아직 없습니다.
김: 사실 실제 문제가 있더라도 속시원히 사정을 밝히는 것도 어려울 것 같기는 하네요. 외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민감한 문제니 적당하게 일부 사실만 언론에 흘리겠죠.
이: 네, 정확히 보셨습니다. 실제 미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아예 지명된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지명을 해서 상원에 인준안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절차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언론이 너무 앞서갔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한국 정부에서는 아그레망까지 이미 주었기 때문에 좀 군색한 변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처음 듣는 말이 또 나왔네요.(웃음) 아그레망이 뭔가요?
이: 저희 같은 일반인들은 평생 몰라도 될 지 모를 말이긴 해요.(웃음) 프랑스어인데요, 외교사절을 파견할 때 상대국에게 얻는 사전 동의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요, 우리가 이 사람을 너네 나라에 보내려고 한다고 의사를 전달하면, 상대 접수국에서 그 사람이 자기네 나라에 대사 등의 자리로 와도 별 문제가 없는 지 검토한 뒤에 좋다는 승인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 사람을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서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김: 그럼 아그레망까지 받았는데도 지명을 안했다는 건 내부적으로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이: 네, 사안이 간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가 아그레망을 부여했다는 것은 부임을 거의 확정한 것으로 본 것이거든요. 그래서 차 교수의 낙마과정을 놓고 한반도의 전쟁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 그게 그렇게 연결이 되나요?
이: 차 교수가 낙마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차 교수가 직접 곧바로  워싱턴 포스트에 "북한에 대한 ‘코피 전략’은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위험이 될 것(Giving North Korea a ‘bloody nose’ carries a huge risk to Americans)"이 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평소에 대북 강경론자인 차 교수는 기고문에서 군사옵션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렇게 보면, 결국 백악관은 대북 군사조치를 상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반대 견해를 가진 차 교수를 주한미대사 내정자 자리에서 밀어냈다는 것이죠.
김: 차 교수가 오히려 온건파가 되었다니 아이러니하군요.
이: 실제 차 교수는 기고문에서 UN 회원국과의 연합을 통한 제재 강화, 강력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유지, 핵 확산 방지를 위한 해상봉쇄, 군사옵션의 준비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기존의 강경책에서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군사옵션이 예방적 타격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점이 핵심이죠.
김: 그 정도만 해도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것도 아닌데 백악관에서 더 강경한 걸 원한다면 정말 전쟁밖에 없겠네요. 이 기자는 어떻게 생각해요? 본업이잖아요?(웃음)     
이: 전 그쪽 파트는 아니고요.(웃음) 그렇지만, 백악관의 주인이 트럼프이기 때문에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국내용일 가능성이 커서 실제로 북한을 공격할 것 같지는 않고요. 하지만, 상당 수준에서 아슬아슬하게 블러핑은 계속 할 것 같습니다.
김: 미국이나 북한이나 지도자들이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정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이라.
이: 일각에서는 북한이 갑작스레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미국의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 그럼 최소한 평창 올림픽 동안에만 평화가 보장되는 건가요? 끝나고 나서가 중요하겠군요.
이: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 돈을 빼고 있는데요. 이러한 정치적인 이슈와 연계하는 견해도 있더군요.
김: 그런데 한국에만 대사가 부임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요?
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31일 CNN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러시아, 일본에는 새 대사가 부임했지만,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31개국 대사는 아직 지명도 되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김: 그래도 한미동맹을 생각하면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이네요.
이: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행정부에서 북핵 이슈 등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아직 공석입니다. 통상 전문 변호사인 마이클 디솜버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1년이 되도록 임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대로 일할 준비가 안된 것 같네요.
이:  참고로 이제 텍스 보고 시즌인데요, 미국 국세청장도 공석입니다.
김: 청장이 없으면 세금면제해주고 그러면 좋겠네요.(웃음)
이: 국장님이 신문사에 없으면 안되겠네요. 직원들 월급이 면제되겠는데요.(웃음)     
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웃음) 아무튼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 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 모두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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