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 … 현 주연방항소법원 판사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현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의 인준을 위한 연방상원 법제사법위원회 검증 청문회가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덴버 포스트지 등 주요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상원 본 회의 표결을 앞두고 법사위원회의 표결이 오는 4월 3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번 청문회에서 고서치 후보가 민주당의 질문에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힘으로써 인준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청문회 첫날부터 공격과 수비로 나눠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보수 성향의 고서치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현재 보수와 진보 구도가 4 대 4로 맞선 대법원 이념 지형이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되는 만큼 여야 모두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처럼 민감한 정국을 고려한 듯 고서치 후보자를 상대로 공정한 판결과 사법부의 독립성 수호에 대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코네티컷)은 “사법부 독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당신의 변론이 중요하다”며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에서 독립적일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패트릭 레이히 의원(버몬트)은 고서치 후보자가 보수 성향 이익단체의 지지로 대법관에 지명됐음을 거론하면서 “반낙태, 반환경, 친기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밝히는 각종 견해에 대한 고서치 후보자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고서치 후보자는 답변에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판결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예봉에 대응했다. 이런 질문에 대해 고서치 후보자는 “의회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사들’은 법을 적용한다”고 법관으로서의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특히 그는 콜로라도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하면서 모든 사람을 예를 갖춰 공정하게 대우했다고 설명하면서 “사건마다 사실과 법에만 근거해 판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함으로써 공화당 소속임에도 매우 독립적이라는 인상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한편 고서치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했던 연방대법관 후보 11명의 명단에는 들어 있지도 않았으며 보수학회들의 추천으로 10명이 더해진 두 번째 명단에는 올랐으나 하위권으로 처져있었다. 이런 고서치가 올해 1월초 7명의 최종 명단에 오른 것은 대형 로펌의 회의실, 음침한 지하층의 선거사무실, 트럼프 타워의 펜트하우스 등에서 수차례 장시간에 걸친 ‘면접’을 치른 후였다.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법대를 졸업한 아이비리그 출신에 옥스퍼드대학의 박사학위까지 그의 화려한 학력은 ‘반 기득권층’을 강조한 트럼프의 인선에선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심층 인터뷰들을 거치면서 그는 “변절 안할 보수이념과 정치적 약점 없는 경력에 최고의 법관”을 주문한 트럼프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후보로 부상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장을 역임한 활달한 어머니의 적극성과 온화한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정중한 품위를 물려받은 그는 “명석하고 겸손한데다 키 크고 잘 생기기까지 해 법조계의 록 스타”로도 불린다. 그가 워싱턴 인사이더들의 예상을 깨고 최종 후보로 지명된 것은 세련된 지성과 함께 다른 후보들의 추천 때문이었다. 법조문을 중시하는 자신의 원전주의 소신과 보수철학에 충실하면서도 반대의견을 존중하는 그의 정중함에 대한 좋은 평판은 이번 인준 청문회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고서치는 4일동안 의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시달렸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침착하고 겸손한 자세로 공격을 막아내고, 논란이슈들을 피해갔으며, 완곡한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도 확실히 했다. 트럼프에 맞설 수 있는 독립성을 추궁하는 민주당에게 그는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으며 “법이 필요로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서치의 기대 이상 선방에 이변이 없는 한 고서치의 인준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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