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1명의 대의원도 확보 못해 참패

       지난 9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모어 월드 아레나 경기장에서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GOP Convention)이 열렸다. 콜로라도 각 카운티에서 선발된 수천명의 공화당 선거인단을 포함해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경선 역사상 최다수인 8,000명의 인파가 몰려든 가운데 열린 이날 경선은 대선 후보에서부터 상, 하원 의원, 커미티 위원까지 다양한 직책에 후보들을 노미네이션하고,  평균 2분 가량 후보들이 연설을 통해 자신들의 정관과 포부를 펼치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경선은 마지막에 선거인단의 투표를 끝으로 종료됐다. 콜로라도 공화당 의장 스티브 하우스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 스캇 팁턴 하원의원, 켄 벅 하원의원, 더그 램본 하원의원, 마이크 코프만 하원의원, 신디아 코프만 콜로라도주 검찰청장 등이 나와서 연설했다. 이날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도널드 트럼프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테드 크루즈의 등장이었다.  켄 벅 미 하원의원의 소개를 받고 연단에 오른 크루즈는 오렌지색의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은 물론 참석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크루즈는 약 30분간 이어간 연설을 통해 “우리가 오늘 이곳에 있는 이유는 미국이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사람들은 자각하고 있고, 희망이 다가오고 있다”고 포문을 연 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야구모자에다 그런 문구를 새기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미국을 애초부터 위대한 나라로 만든 원리와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오는 7월에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크루즈는 이날 13명의 대의원을 싹쓸이함으로써 지난 2일부터 8일 사이에 먼저 투표가 실시된 콜로라도의 7개 선거구에서 이미 확보한 21명의 대의원에 이어 총 34명의 지지 대의원을 확보해 콜로라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공화당의 또다른 두명의 후보인 잔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트럼프는 대리인들이 나와서 대신 연설을 했다. 트럼프는 처음에는 콜로라도 경선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콜로라도에서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콜로라도로 와서 시간낭비를 하느니 텃밭인 뉴욕에서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 더 낫다는 계산 하에  콜로라도를 포기했다. 잔 케이식 역시 콜로라도 코커스의 운영진이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크루즈는 트럼프가 콜로라도 경선에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두려웠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지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고 조소했다. 트럼프를 대신해 연설한 정책고문 스티븐 밀러는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되풀이하며, 불법 이민자의 총에 맞아 사망한 미국인들의 사례를 들며 이민자들은 범죄자라는 취지의 연설을 해 일부 참석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트럼프와 케이식은 크루즈가 모든 대의원을 차지함에 따라 콜로라도에서는 완전히 설자리를 잃었다.   트럼프의 선거 캠프는 콜로라도 경선이 어차피 당 내부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니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당내 1위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현재 크루즈가 확보한 대의원의 수는 532명이고 트럼프는 743명으로 크루즈를 앞서고 있지만, 이날 크루즈가 콜로라도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트럼프는 자력으로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과반 대의원을 뜻하는 ‘매직넘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렇게 되면 공화당 지도부가 새로운 후보를 지명하는 ‘중재 전당대회’가 개최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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