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NFL 정규리그 5회 MVP·수퍼볼 2회 우승 위업

         NFL 정규리그 5회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쿼터백 페이튼 매닝(40)이 7일 콜로라도주 덴버의 잉글우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매닝은 쿼터백에 대한 정의 자체를 바꿔놓은 선수로 평가받는다. NFL이 고득점 시대를 맞이하고, 쿼터백의 패스에 의존하는 경기 방식으로 바뀐 것도 매닝을 전후해서다. 전 NFL 쿼터백이자 덴버 브롱코스의 단장인 존 엘웨이는 “페이튼 매닝은 게임 자체를 혁신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매닝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중원의 야전사령관이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리는 선수도 없다. 상대의 디펜스를 읽고 커버리지를 예측해 특유의 ‘오마하’라는 일성으로 순식간에 작전 자체를 바꿔버리는 매닝 때문에 상대는 혼란에 빠지기가 일쑤였다. 매닝은 이에 대해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많았지만, 나보다 철저하게 준비한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코치가 전해주는 정보를 통해 나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취합한 뒤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답했다. 매닝은 선수 인생의 마지막 4시즌을 덴버에서 보냈지만, 그의 전성기는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에서 지낸 첫 14년이었다. 매닝은 인디애나폴리스를 두 차례 수퍼볼 무대로 이끌었고, 2006년에는 첫 수퍼볼 우승 반지까지 꼈다.

        뉴올리언스 태생인 매닝은 대표적인 풋볼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는 두 차례 프로볼(올스타전)에 뽑힌 전 NFL 쿼터백 아치 매닝이고, 동생인 일라이 매닝(뉴욕 자이언츠)도 수퍼볼 MVP에 두 차례나 오른 정상급 쿼터백이다. 어린 시절부터 ‘풋볼 천재’로 명성을 떨친 그는 고등학생 시절은 물론 테네시대 시절 수많은 학교 기록과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기록을 세운 뒤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디애나폴리스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NFL 무대에 입성했다. 패배에 익숙해 있었던 인디애나폴리스 팬들의 매닝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다. 하지만 매닝의 루키 시즌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닝은 패스 시도와 성공, 패싱야드, 터치다운에서 NFL 루키 기록을 세웠지만, 리그 최다인 인터셉션 28개를 기록하며 혹독한 적응기를 거쳤다. 인디애나폴리스는 3승 13패로 그해 시즌을 마쳤다. 매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루키 시즌에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추앙받는 조니 유니타스(1933~2002)를 만났던 일화를 떠올렸다. NFL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유니타스는 당시 인디애나폴리스의 신인 쿼터백인 매닝에게 “여기에서 살아남으라”고 했다. 매닝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여기에서 살아남았다. 나는 18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남았다”며 “나는 그가 이곳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본다. 그가 지금의 내 모습을 봤다면 조금은 자랑스러워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매닝은 힘겨운 루키 시즌을 보냈지만, 점차 리그 최고의 쿼터백으로 성장해갔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매닝의 패싱 게임을 앞세워 정규시즌에서 최고의 성적을 달렸다. 매닝은 2003년 첫 정규리그 MVP에 올랐고, 2004년, 2008년, 2009년, 2013년 등 무려 다섯 차례나 MVP의 영예를 안았다. NFL에서 정규리그 MVP 5회 수상자는 매닝이 유일하다. 그린베이 패커스의 전설적인 쿼터백 브렛 파브와 유니타스가 3회 수상했을 뿐이다. 이외에도 매닝은 역대 최다인 7만1천940 패싱 야드 기록과 역시 최다인 539개의 터치다운 패스 기록을 보유한 NFL 역대 최고의 쿼터백이다. 하지만 매닝은 여러 차례의 목 수술로 인해 2011시즌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인디애나폴리스는 매닝의 연봉을 삭감했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쿼터백 앤드루 럭을 지명하며 승계 작업까지 마쳤다. 매닝은 덴버로 팀을 옮겼다. 매닝이 덴버에서 보낸 첫 3시즌은 인상적이었다. 매닝은 2013년 덴버에서 또 한 번 정규리그 MVP에 올랐고, 팀을 수퍼볼 무대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매닝은 지난 시즌 크고 작은 부상과 씨름하며 정규리그 6경기에서 쿼터백 자리를 브록 오스와일러에게 내줘야 했다. 매닝의 팔심은 전성기 때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게릭 쿠비악 감독은 노련한 매닝에게 포스트 시즌을 맡겼다. 쿠비악 감독의 결단은 빛을 발했다. 매닝은 덴버에서 자신의 두 번째 수퍼볼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매닝은 비록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실수를 피하는 안전한 경기 운영과 리그 최고로 꼽히는 팀 수비에 힘입어 정상을 밟았지만, 훗날 사람들은 매닝이 수퍼볼에서 23회 패스 시도 중 13개를 성공, 141 패싱 야드에 그쳤다는 사실을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선수 인생의 마지막 경기를 수퍼볼 우승으로 장식하며 정점에서 화려하게 은퇴를 선언한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매닝은 “난 18년 동안 싸워왔고, 또 잘 싸웠고, 프로경력을 잘 마쳤다. 모든 이들과 풋볼에 신의 가호가 있길 바란다”며 성경 구절을 인용해 소감을 마쳤다.

       한편, 매닝의 은퇴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주전 쿼터백 톰 브래디(39)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의를 표했다. 브래디는 “페이튼, 믿을 수 없는 커리어를 보낸 것에 대해 축하인사를 보낸다”며 “당신은 경기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았고, 당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을 더 나은 경지로 끌어올렸다. (당신과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브래디와 매닝인 오랜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며 NFL의 인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총 17차례 맞대결을 벌여 총 상대 전적에서는 브래디가 11승 6패로 앞서지만, 콘퍼런스 결승만 따지면 매닝이 3승1패로 우위에 있다. 브래디는 2019년까지 2년 더 뉴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뛴다. 브래디는 2020년에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데, 43살의 브래디를 데려갈 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브래디는 뉴잉글랜드 선수로 은퇴하는 길을 택했다. 브래디가 2019년까지 건강한 몸으로 뛴다면 조만간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기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40·덴버 브롱코스)의 기록을 깰 수 있다. 브래디는 매닝의 역대 최다 패싱 야드 기록인 7만 1천940야드에 1만 3천912야드 뒤처져 있다. 브래디가 40대의 나이에도 꾸준한 기량을 이어간다면 2018년 말이나 2019년 초에는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브래디는 매닝의 역대 최다 터치다운 패스(539개) 기록을 111개 차이로 뒤쫓고 있다. 브래디에게 앞으로 4시즌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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