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의 비결은 신선한 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손끝에서 묻어 나오는 정성과 애정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성이 가득 담긴 음악을 통해 따뜻함을 느낄 수가 있다. 단지, 한 음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수 많은 고민 끝에 탄생시킨 소중한 음악이야말로 분명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작곡가는 많은 고민을 한다. 선율, 조성, 하모니, 박자, 리듬, 다이내믹, 음역, 악기, 프레이징, 가사에 따른 적절한 표현, 쉼, 악장간의 관계,,, 마치 커다란 집을 짓듯이 기초 땅 고르기부터 철재 구조를 세우고 지붕 꼭대기까지 하나하나 쌓아 올리면서 전체적인 건물의 모습도 안전하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각 층과 방을 둘러보아도 제각기 개성이 살아나고 그 가운데 서로들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집을 세우는 것과 같다.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다양한 음악적 짜임새는 그야말로 헨델의 숭고한 창작 세계와 훌륭한 음악적 표현 방법들이 잘 드러내고 있다.

IV.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다양한 음악적 짜임새
음악이 따뜻하다고 표현할 때 우리는 동시에 어떤 칼라를 떠 올릴 수 있다. 노랑 혹은 주황. 어떤 학자들은 음악의 각 조성(Key)에 따라 색깔을 연관시키는 연구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사 장조(GM)는 노랑 색, 바장조(FM)는 파랑 색.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장조(Major Key)와 단조(minor Key)가 바로크 시대를 통해 구축되기 전 교회선법(Church Modes)이 중세에 사용되었다. 이 교회선법에도 마일드 한 선법부터 심각한 선법 등 여러 가지 느낌들을 각 선법들이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오라토리오 ‘메시아’ 에서도 적절한 조성 선택이 작품 전체적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1. 조성
먼저, 우리가 잘 알려진 곡인 no 44. ‘할렐루야’, no 53. ‘죽임 당하신 어린 양’, “no48. ‘나팔 소리가 나매’, 그리고 no17. ‘높은 곳에 하나님께 영광’은 모두 라장조(DM) 이다. 이 모든 곡에는 특별히 트럼펫이 연주되는데, 라장조(DM)는 트렘펫에게 가장 적절한 조성이며, 화려한 팡파레, 칭송, 위엄을 잘 나타내고 있는 부분들이다. 전체적으로 첫 번째 파트와 세 번째 파트에서는 그 내용들이 예언과 탄생, 부활과 영생에 걸맞게 밝고 따뜻한 장조(Major Key)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수난과 죽음이 내용을 담고 있는 두 번째 파트는 단조(minor Key)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별히, 첫 부분인 no.22-29까지는 대부분이 단조이며, 내림 표가 있는 조성 (Flat-key area) 들이다. 그러나, 죽음에서 부활로 전환이 되는 부분인 no 30-32는 서서히 장조로 옮겨지면서 올림 표가 있는 조성(Sharp-key area)로 바뀌어진다. 첫 번째 파트, 첫 테너의 서창인 no. 2 ‘내 백성을 위로하라’와 세 번째 파트, 첫 소프라노의 영창인 no. 45 ‘내 주는 살아 계시니’는 같은 조성인 마장조(EM)를 평온한 분위기 속에 사용하고 있으며, 마치 두 번째 파트 마지막 곡인 no. 44 ‘할렐루야’ 이 후 차분히 곡 전체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2. 합창의 세 가지 음악적 짜임새
배역이나 액션이 없이 내레이션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하는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합창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합창부분의 음악적 짜임새도 중요하지만, 각 부분마다 스토리를 들려주는 그 역할(role)이 바뀌어 한층 더 재미 있다. 예를 들자며, 두 번째 파트 첫 곡인 no. 22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라’부터 no. 26 ‘우리는 다 양 같아서’까지 합창은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죽으시는 메시아, 그로 인해 구원을 받는 우리에 대해 고백조의 내레이션이 이어간다. 그러나, no. 28 ‘하나님이 저를 구원하실 걸’과 no. 41 ‘우리가 그 결박을 끊어 버리자’에서 합창은 이제 메시아를 비웃는 자의 입장과 메시아가 제시하는 규범, 진리 앞에서 대항하는 자의 모습이 노래로 나타난다.

물론, 상반되는 이 두 가지 입장을 헨델은 놀랍도록 음악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합창 부분에서 사용되는 짜임새 중 그 첫 번째는 폴리포닉 구조(Polyphonic Texture)로 각 성부가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 각기 다른 부분에서 주제를 노래하고 다른 성부가 주제를 노래할 때는 그 주제 성부를 돕는 역할을 하는 구조이다. 다소, 설명이 어려울 것 같아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번째 구조인 호모포닉 구조(Homophonic Texture)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호모포닉 구조의 가장 좋은 예는 찬송가이다. 찬송가는 제일 위성부인 소프라노에 멜로디가 있고 나머지 성부는 하모니로 멜로디를 지원, 돕고 있다. ‘메시아’에선 no. 22’ 진실로 주는 우리의 질고를 지셨도다’가 좋은 예이다. 그러나, 폴리포닉 구조는 그 멜로디가 소프라노만의 몫이 아니라, 공평하게 다른 모든 성부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며, 앞서 말했듯이, 멜로디(혹은 주제)가 다른 성부에서 진행 될 때, 나머지 성부는 그 멜로디에 음정이 잘 어울리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바흐의 푸가, 인벤션과 같은 장르가 좋은 예이다. ‘메시아’에선 no. 4 ‘주께 영광’, no. 23 ‘주가 채찍 맞음으로’, no 28 ‘하나님이 저를 구원하실 걸’가 좋은 예들이다. 마지막 세 번째 구조는 이 두 가지, 폴리포닉과 호모포닉이 믹스된 구조(Mixed Texture)이다.

 ‘메시아’에선 no. 9 ‘오 기쁜 소식을 시온에 전하는 자여’와 no 44. ‘할렐루야’, no 53 ‘죽임 당하신 어린 양’이 좋은 예들이다. 다음 호에선 계속해서 ‘메시아’의 다양한 음악적 짜임새 중 텍스트 페인팅 (Text Painting: 음악적 기술의 하나로써 가사에 나타나는 의미를 음악에 반영시키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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