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 10회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정기 연주회가 성황리에 마쳤다. 10주년을 맞아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에서는 ‘아리랑’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정서를 서양 관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담아내었다. 그리고 콜로라도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한인 남녀노소로 구성된 한인 합창단 및 어린이 합창단의 아름다운 한국환상곡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 색다른 2곡이 있었는데, 바로 소프라노, 클라리넷, 타악기와 현악앙상블을 위한 ‘몽’과 혼성합창과 가야금을 위한 ‘수련(Nympheas) 환타지’였다. 이 두 곡은 30대 젊은 이도훈 작곡자의 창작곡들로 수련 환타지는 이번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10주년을 위해 특별히 작곡한 곡이며, 지난 연주회에서 처음 선보인 곡이다. 그래서 이도훈 작곡가를 만났다. 이 작곡가는 독일에 거주하며 이번 공연을 위해 콜로라도를 방문했다.

▶이번에 선보인 곡들에 대해
먼저 소프라노, 클라리넷, 타악기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몽’은 2013년 대구 국제현대음악제의 위촉으로 창작되었고 KBS에서 녹화중계 되었습니다. 이 곡은 조선 중기의 명기였던 황진이가 쓴 시 ‘상사몽’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작품으로, 황진이의 감정을 소프라노가 노래하고, 클라리넷이 그리워 하는 님에 대한 형상을 구현해 냅니다. 타악기를 통해 사랑의 감정과 꿈을 깨라는 현실에 대한 경종이 울려지며, 현악 오케스트라가 현실 속에서 황진이의 상처 받은 감정을 치유하게 되는 그런 작품입니다.
그리고, 혼성합창과 가야금을 위한 ‘수련 환타지’는 이번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10주년 기념을 위해 특별히 작곡하였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하고 있는 한 한국인이자 저의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이 곡을 창작하게 되었습니다. 서양의 미술 작품과 동양의 한국인이 만나는 그 순간을 저의 곡에 담았습니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그 화려하고도 몽환적이며 정중동이 투영된 작품을 혼성합창단의 노래에 담았고, 그 작품에 푹 젖어있는 한 한국인은 가야금 연주를 통해 표현하였습니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과의 인연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의 김태현 지휘자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대구에 있는 경북예술고등학교 시절에 김 지휘자님은 영남대 대학원 학생이셨고, 어느 날 저희 학교 교생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때 처음 알게 되었고, 작곡가 출신인 김 지휘자님은 저에게 작곡에 대한 개인 레슨도 해 주셨습니다.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이 이렇게 수준 높은 합창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김 지휘자가 작곡자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지휘자들은 오케스트라 연주자 중에서 많이 배출되는 편인데, 작곡가가 지휘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결국 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작곡가 특유의 음악성을 지휘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번 제10회 콜로라도 한인 합창단 곡들이 서양 오케스트라에 한국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김태현 지휘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콜로라도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콜로라도에 두 번째 방문하는데, 뉴욕이나 다른 주와는 달리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넓고 깨끗한 이미지입니다. 이렇게 한국의 정서를 문화예술로 표현하는 기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 한인분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바랍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안익태 선생님과 이영조 선생님의 곡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곡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적 정서를 서양의 악기에 담아낸 것 그 자체가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말로 합창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 그 자체입니다. 대부분의 합창단원 분들께서 일반직업을 갖고 계시며, 아마추어로서 합창단에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음악을 사랑해 주시고, 일반인들에게 널리 보급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과 후원을 바랍니다.

▶이도훈 작곡가 약력
대구 경북예술고등학교/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중아콩쿨 1위, 동아콩쿨 서양작곡부문 2위, 대구 국제현대음악제 젊은 작곡가상/2000년 도쿄 국제 실내악 작곡콩쿨에서 1위 없는 2위 입상/2003년 독일로 유학 / 칼스루에 음대 볼프강 림의 문하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2013년 한독수교 130주년 기념 공동 예술감독/2012-2014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강사/독일 프랑크푸르트 작곡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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