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주 서부 내륙 지역 등


    최대 1억 6천7백만년 전에 생존했음을 보여주는 뱀 화석이 콜로라도주 등에서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역대 최고 뱀 화석보다 7천만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날개 달린 공룡인 익룡 시대에 뱀이 함께 생존한 사실을 보여줘 뱀의 기원과 진화 연구에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월 CBS 방송은 “캐나다 앨버타대학의 마이클 콜드월 교수 국제 연구팀이 원시 뱀 화석 4종을 발굴해 과학잡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콜로라도 주 서부 내륙 지역, 영국 남서부 컬링턴과 스완지, 포르투갈 구이마로타에서 원시 뱀 화석을 발견했다. 약 1억 6천7백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에오피스 언더우디라는 이름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컬링턴지역에서, 다른 뱀보다 1m가량 길어 가장 큰 포르투갈로피스 리그니테스라는 1억5천5백만년 전의 화석은 구이마로타에서 각각 발견됐다. 역시 1억 5천만년 전에 활동한 콜로라도주 뱀의 학명은 디아블로피스 길모레다. 연구팀은 또 영국 스완지에서 물속을 유영하던 1억 4천만년 전의 파르비랍토르 에스테시도 찾아냈다. 아주 오래전에 사멸된 뱀이지만 머리, 턱, 갈비뼈, 이빨의 모양이 현재 뱀 개체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밝혀냈다. 원시 뱀의 유연한 턱 모양과 뒤쪽으로 향한 날카로운 이빨 모양이 지금의 뱀과 무척 비슷하고, 척추도 원시 뱀 화석에서 보였다.

    콜드월 교수는 “무척 긴 시간이 지났으나 발견 당시 뱀이라고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영국과 포르투갈에서 뱀 화석을 발견한 지역이 1억 5천만년 전 늪지대였고, 콜로라도주의 화석도 서부 지역 강가 퇴적층에서 발굴했다는 점을 들어 원시 뱀이 바다를 헤엄쳐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콜드월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뱀이 물에 완벽하게 적응한 점을 고려하면 원시 뱀이 바다를 헤엄쳐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뱀으로 알려진 개체의 진화과정이 훨씬 복잡하다는 가설을 탐구한 것”이라며 “시기상 비어있는 약 1억∼1억 4천만년 전의 뱀 화석을 발견해야 뱀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학자들은 원시 뱀에 가까운 블라인드 뱀(blind snake)이 목재, 암석, 조개껍데기를 뚫고 안에서 생활하는 천공동물이라는 점에 착안해 뱀이 천공동물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콜드월 같은 학자는 뱀이 수상과 육지에서 모두 살 수 있는 네 발 달린 도마뱀류의 원시 개체에서 진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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