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한국에서는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1953년 형법에 간통죄가 도입된 이후 62년 만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강제할 문제가 아니다. 간통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 위헌”이라고 했다. 즉, 부부간의 문제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간섭한다면 이는 기본권 침해 라는데 중지를 모았다고 볼 수 있다. 간통은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배우자 이외의 남녀와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들은 간통이라는 죄목이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죄는 한국에서 꾸준히 증가했고, 오랫동안 이어져온 범죄이기도 하다. 한국의 간통죄 역사는 사실상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 일부일처 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결혼 제도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다. 1905년 대한제국 형법은 기혼여성이 간통한 경우 해당 여성과 그 상간자를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하지만 당시 처벌 대상은 기혼여성뿐이었다. 유부남은 바람을 피워도 처벌하지 않았다. 특히 유부남과 미혼여성 간의 간통은 처벌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돼 있었다. 이때문에 오래전부터 한국사회는 어르신들의 ‘첩’에 대해 관대한 사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부부의 위상이 동일해 지면서 사회적 인식은 바뀌기 시작했다.  또, 성생활은 본질적으로 사생활에 속하고 간통 행위는 범죄라기보다 부부간 정조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결혼 계약에 대한 위반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면서 간통 행위는 국가가 형벌로 다스릴 게 아니라 당사자끼리 민사상 손해배상 재판을 통해 해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졌고, 결국 오늘날 폐지에 이르게 되었다.

    간통죄를 형사 범죄로 보는 나라는 많지 않다.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두고 있는 나라는 대만과 이슬람 국가 정도이다. 필리핀에서 외도한 여성은 간통죄로 처벌받지만, 남성은 간통죄가 아닌 첩을 두었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축첩죄로 기소된다. 중국의 경우 범죄는 아니지만 이혼시 귀책사유로 작용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1947년 간통죄가 사라졌고, 인도는 여성이 간통을 저질렀을 때 상대 남성만 처벌한다. 기혼여성을 남편의 ‘소유물’로 보는 관습 탓이다. 서유럽 지역에도 대체로 간통죄가 없다. 남아 있던 나라들도 이탈리아(1969), 프랑스(1975), 스페인(1978), 벨기에(1987), 오스트리아(1997) 등의 순으로 처벌법규를 없앴다. 옛 공산권 국가 중에는 루마니아만 간통죄가 있었으나 2006년 폐지했다. 가톨릭 색채가 강한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칠레(1994), 아르헨티나(1995), 니카라과(1996), 브라질(2005), 멕시코(2011) 등의 순으로 잇달아 폐지됐다. 이곳 콜로라도를 포함한 미국에서도 20세기 중반까지 거의 모든 주에 간통죄가 있었으나 위헌 판결이 잇따르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법이 존재한다고 해도 유명무실화 된지 오래다. 미국은 연방 차원이 아니라 각 주에서 간통죄의 위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현재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를 포함한 총 21개의 주에서 간통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긴 하다. 메릴랜드는 경범죄로 벌금 10달러 형에 불과한 반면 미시간주 등 몇 개의 주에서는 최장이 무기징역형인 중범죄로 처벌한다. 물론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바는 없다. 1971년 이후 미시간에서 간통죄만으로 처벌된 사람은 없다. 버지니아주는 최대 벌금 250달러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형식적인 법률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도심의 한 골목만 벗어나면 러브모텔들이 즐비해 있다. 하룻밤에도 모텔 방의 주인이 서너번씩 바뀐다니 방 주인이 부부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한 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혼 남성의 절반이상이 애인을 두고 있으며, 이중 기혼 여성이 애인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는 기혼 남녀의 동침이 양심의 가책없이 마치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죄를 폐지한다는 것에 반대표를 던진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그래도 간통죄가 성도덕의 문란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배우자의 부정 행위로 파탄 나는 가정이 늘어날 우려가 있고, 일단 무엇보다도 죄 의식없이 치러지는 간통에 대한 제재가 없어진다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곳 콜로라도 한인사회에서도 이혼 사유중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이 간통에 의한 것이다. 옛말에 ‘부부사이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못생긴 여자가 능력있고 잘생긴 남자와 백년해로를 하는 이유도, 매일 부부싸움을 하는 하면서도 이혼하지 않고 살아하는 이유도, 평생을 남편 병수발을 하면서도 되려 맞고 사는 이유를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부부만이 공유하고 있는 제각각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혼이 나쁜 것은 아니다. 재혼을 해서 더 잘 사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일부일처제를 인정하고 사는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약속이 깨지기도 전에 또다른 상대를 만나 정을 통한다는 것에 있다. 비록 간통의 시작이 가정을 깨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이는 엄연히 도덕적 범죄행위이다. 여하튼 간통죄 폐지로 국가가 부부 관계에 개입하는 데 한계가 설정된 만큼, 이제 배우자의 일탈 행위는 민사소송이나 부부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 부부는 가족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 관계다. 굳이 촌수를 따진다면 무촌이다. 좋게 얘기하면 부부는 촌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거나, 나쁘게 말하자면 돌아서면 바로 남이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없으면 지킬 수 없는 관계이다. 간통죄의 존재 유무를 떠나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더욱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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