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미국 컨수머 리포트는 미국 내에서 수확되는 대부분의 쌀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이후 최근에는 더욱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다시 한번 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유통되는 쌀과 쌀 가공품 전반을 조사해서 내린 결론은 성인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2번, 영유아들에게는 아예 쌀을 먹이지 말라는 것이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지역 등 전미주에서 재배되는 쌀 모두에, 유아용 이유식에, 쌀로 만든 쿠키와 크래커, 케익에서도 비소가 발견됐다. 특히 건강을 위해 일부러 찾아먹었던 현미쌀에는 일반 흰쌀에 비해 가장 위험하다는 무기비소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존스홉킨스 의과대 박사들은 이번에 검출된 무기비소를 다량 복용할 경우, 암에 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유아나 성장기 어린이들의 성장 및 두뇌발달을 저해시키고 임산부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며 경고했다. 또 미 식품의약청(FDA) 역시 성명을 통해 “아기의 첫번째 이유식으로 가급적이면 쌀로 만든 라이스 시리얼 등을 먹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루 세끼에, 라면 국물만 있으면 없는 밥까지 찾아서 말아먹는 우리 한인들에게 이런 뉴스는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필자는 이번에 이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하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쌀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평생 쌀을 주식으로 살아온 우리가 당장 주식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미국정부에서도 오염된 쌀이 생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뾰족한 대안을 아직까지 찾기 못했기 때문이다. 텍사스와 미주리 등 미국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쌀이 오염된 것은 옛날에 면화를 재배하면서 사용했던 농약의 비소 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서도 비소가 발견된 것을 감안한다면 미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쌀 제품 전체가 오염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미 전역에 퍼져있는 쌀 재배지역의 땅을 모두 갈아엎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내수용 쌀에 비소가 함유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컨수머 리포트의 보고서를 보자면 사실 아이들에게 미국에서 생산된 쌀을 먹이는 것이 찜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민 100년의 역사를 넘긴 한인사회에서 지금까지 쌀 때문에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밥을 먹어왔는데, 갑자기 쌀이 독처럼 얘기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연방 정부에서 쌀과 쌀 관련 제품에 비소 함유량 상한선이 정해진 것도 현재까지는 없다.
필자는 이 뉴스가 나올 때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살았는데 무슨 큰 문제지 하며 흘려 들었는데, 그 며칠 사이 미국 내에서 쌀의 비소함량이 큰 이슈로 부각되면서 한인사회에도 이 사실을 알려는 줘야겠다는 생각에 의해 기사를 작성했다. 먹더라도 알고 먹으라는 취지다.
이명박 정권 당시 대한민국은 광우병의 우려 때문에 미국 소고기의 수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했었다. 이로 인해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지는 등 반대 분위기가 대단했었다. 하지만 싸고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미국산 소고기의 찬성을 은근히 바랐던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광우병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 우리의 식문화가 광우병 위험부위인 내장과 뼈 등을 모두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교민들이 먹는 소고기도 미국산이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보다도 더 드문 확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번개맞을 확률보다 낮은 확률의 위험성이 있더라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앞장서서 그 위험을 방치했다는 것에 대해 우린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잠복기가 있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한국에서는 광우병 환자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세계적으로도 극히 일부만 발견되었다. 광우병이라는 부작용을 알면서도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소고기를 먹고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방목해서 키우는 미국 소의 장점이 부각되어 수입산 소고기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음식 궁합이라는 게 있다. 고기와 깻잎, 돼지 고기와 표고버섯, 복어와 미나리, 생선회와 생강, 된장과 부추, 당근과 기름, 두부와 미역 같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도 있지만 장어와 복숭아, 당근과 오이, 도토리묵과 감, 토마토와 설탕, 조개와 옥수수, 고사리와 문어, 시금치와 두부, 비타민과 새우와 같이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도 있다. 이 또한 체질적으로 나눠지면 더욱 세분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음식궁합도 맞고 체질에 딱 맞는 음식만 먹어왔을까. 그렇지는 않다.

     몸에 좋지 않다는 술도 마시고, 술과 함께 하면 더 나쁘다는 담배도 피운다. 그리고 폭식도 한다. 비소 같은 독보다 더 나쁜 생활습관을 가지고도 우리는 살아왔다. 쌀에 대한 비소 함유랑은 몇년전부터 계속 나온 얘기다. 비소 외에도 쌀로 인한 당뇨병 발병 관련성은 더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이다. 주위에는 스무 살에 이민 와서 미국산 쌀로 밥해먹고 50평생을 살아왔어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쌀밥 한그릇 먹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풍족한 미국생활에 감사하며 먹었던 쌀밥이 아니었던가. 현재로서는 쌀에 대한 대처방안이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먹으면 다 보약이 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오늘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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