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의 한동만 총영사가 덴버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서 한 총영사는 독도 영유권을 확고히 하고,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독도를 살리기 위해 범동포적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공부한 전문직 분야 한국 인재가 미국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체류자격을 변경해주는 법안의 통과를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총영사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콜로라도주 한인사회의 현안은 바로 한인회 통합과 한국전 참전 용사비 건립건이었다. 하지만 참전비 건립은 한인회가 통합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현안은 한인회 통합이다. 한 총영사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한인회가 두 개이기 때문에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대외적인 신뢰도 또한 낮아져 주류사회와 연계를 할 때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덴버광역한인회가 처음 출범했을 때가 생각난다. 기대도 컸다. 콜로라도주 한인회의 병폐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한인회였기 때문에 확실히 뭔가를 보여줄 기세였다. 하지만 결과는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덴버광역한인회가 설립된 지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콜로라도주 한인회’와 버금가는 인지도를 쌓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것 역시 덴버광역한인회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한인회가 하는 일이 없어서 어부지리로 인지도가 올라간 부분도 있다.
지난 7년 동안 평행선을 걸어온 두 한인회는 내년에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통합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올 3월 덴버광역한인회의 최효진 회장이 한인회 통합제안서를 내 놓으면서 먼저 통합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콜로라도주 한인회는 이 제안서에 대해 대답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며 일축했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떤 답도, 의견도, 제안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은 채 답보 상태에 있다.
그 제안서를 살펴보면 한인회 명칭은 서로 상의 하에 정하고, 정관은 합의하에 개정하고, 전직 한인회장을 고문 혹은 자문의원으로 위촉하며, 제명된 전직회장들은 사면시키고, 신임회장은 콜로라도주 한인회 윤한규씨로 하며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제안했다. 이 제안서는 회장의 임기와 한인회 명칭을 제외하면 수긍이 갈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을 제안하면 될 일이다.
통합 제안서를 받고도 콜로라도주 한인회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자칫 덴버광역한인회만 통합을 원하고, 콜로라도주 한인회는 통합을 원하지 않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또한 콜로라도주 한인회는 회관 매각 후 받은 13만 달러나 되는 금액을 변호사비와 통역비 명목으로 운운하며 한인 사회에 한 푼도 환원하지 않은 전적을 가지고 있는 터라 더욱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사실 한인회 이름, 회장 임기, 이사회 구성 같은 것들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절대 변하지 않는 관계자들이다.  한인회를 마치 하늘에서 자기들에게 내려준 신의 선물인양 착각하고, 집착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한인사회의 가장 큰 재산이었던 한인회관의 매각 전이나, 매각 후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인회 관련 인사들이 그대로이기에 지금의 한인회도 고집센 늙은이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회관을 매각한 뒤 바비 김 전 회장은 당시 법정 통역을 맡은 사람을 한인회장으로 앉혀놨고, 현 한인회와 이사진들도 바비 김 전 회장의 입김으로 구성되면서 자기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판과 같은 일명 ‘한인회장 지명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최근에 한인회에 관계된 원로들의 만남에서 바비 김씨가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차기 한인회장으로 지목한 것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한인회장을 임의대로 지목하려는 의도가 들켜버렸다. 왜 이 사람이 한인회장을 지목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인회장은 당연히 공탁금을 걸어 등록을 하고, 투표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져버려 왔기에 볼품없고 신뢰도 못 받는 한인회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자기 사람을 앉히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차기 대권 자리에 자기편을 앉히는 것처럼 말이다.
동포사회를 화나게 하는 것은 이들의 ‘작당(作黨)’이 또다시 시작될 것 같아서다. 자기들만이 한인회를 통제해야 한다는 오만, 자기들만이 한인회장을 골라야 한다는 집착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그런 오만으로 한인회관을 날렸고, 그 집착으로 한인사회로부터 신임을 잃었다.
동포사회의 재산을 지키는 데는 관심 없고,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쓸데없는 변호사 편지나 보낼 궁리를 하고, 이것이 무슨 대단한 권력인양 착각하면서 그 대단한 권력 위에 군림하는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한인회라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

      오랫동안 몇 사람의 생각으로 한인회가 좌지우지 되어 왔다는 것은 우리 콜로라도주 한인사회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알다시피 한인사회의 가장 큰 재산이었던 한인회관의 매각사건에도, 두개의 한인회가 만들어진 과정에도 모두 같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다.
현재 덴버광역한인회의 최효진 회장은 모든 집행부 및 이사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통합 한인회를 만들기 위한 회장 선거 치러진다면, 백의종군을 할 의향을 밝혔다. 이런 시점에서 통합은 회장단에 맡겨 두고 지금까지 한인사회의 분열로 이끈 원로들은 이쯤에서 욕심을 버리고 빠져주길 바란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한 말이 생각난다. “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정말 말 그대로 많이들 드셨으니 통합 현안은 현 한인회장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퇴장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한인회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당신들의 가장 옳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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