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우울증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하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을 상담해 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그것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도와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무엇보다 우울증을 쉽게 생각하지 말 것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모든 병이 그렇듯이 우울증도 심각해지기 전에 주변에서 관심을 갖고 치료해야 할 병임을 설명하였다. 이번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몇 가지 이론과 어떻게 하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Beck의 인지이론을 보면, 벡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생활사건을 아주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의미로 과장하고 왜곡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나는 못생겼다. 나는 우리 가족의 미운오리새끼이다. 나는 멍청하다. 열등하다. 무능하다. 나는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나는 버림받았다 ‘라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또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나의 미래는 암담하다. 소망이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게 뻔하다.’라는 생각 속에 잡혀 있다. 자신의 주변환경에 대해서도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내 주변에는 나를 이해하고 도와 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다. 정말 세상 살기 싫다’ 고 계속적으로 부정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것을 인지이론에서 인지삼제(認知三題)라고 부른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드(Freud)는 우울증을 “사랑하던 대상의 상실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았다. 물론 이러한 반응에는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간 대상에 대한 분노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분노가 자신에게로 향할 때 자신을 비난하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우울증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분석에서의 우울증 치료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으며, 실험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에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환경적 요인에 의한 학습의 결과로 설명한다. 따라서 우울증 역시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칭찬이나 격려, 따뜻한 보살핌 등의 긍정적인 강화가 약해지게 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자신의 주변에서 늘 격려와 사랑을 주었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또는 실직 등으로 인해서 자신의 삶에서 긍정적인 강화의 원천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적인 원인에 의해서 우울증이 생긴다는 생물학적 이론도 있다. 즉, 우울증을 유발하는 유전적 요인이나 뇌의 신경화학적 이상, 뇌구조의 기능적 손상이나 내분비계통, 생체리듬의 이상 등에 의해서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인데, 이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앞선 글에서도 약물치료에 대해서 설명하였기에 이번에는 가장 대표적인 인지치료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인지 이론에 의하면, 우울증은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 과잉 일반화, 상대방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잘못 해석하는 인지적 오류 등의 인지적인 요인에 의해서 생겨나고 유지된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우울증을 유발하는 인지적 요인을 찾아내 변화시킴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한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부정적 사고의 위력을 실감할 때가 많다.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가지를 치고 뻗어나가면 합리적인 부분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자동적으로 이어진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 경향은 우울과 불안같은 임상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이런 사람들은 관찰을 할 때 부정적인 편견을 갖는 경향이 있다.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재빨리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과잉 일반화를 시켜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주위에서 누군가 한 두번 화낸 것을 가지고 ‘저 사람은 나만 보면 화가 나는가 봐’하고 일반화 시킨다. 그리고는 과잉 일반화를 시켜서 ‘나는 항상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나 봐’라는 생각까지 하고는 기분이 더 울적해지고, 급기야 눈덩이처럼 부정적 사고가 커지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모든 증거를 제대로 평가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명료하게 의사소통을 한다면 이런 잘못은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필자도 상담할 때 이 부정적 사고의 고리를 끊기 위해 ‘STOP’기법을 종종 사용한다. 간단히 말하면, 부정적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일단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먼저 자신에게 ‘STOP’을 외치고, 전후맥락을 탐색하고, 부정적인 자동적 사고로 인해 인지적 오류의 개입 가능성은 없는 지 살펴보라고 이야기 한다.
우울증을 극복한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분명히 치유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념을 갖기를 바란다. 우울증은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것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영적인 차원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 자신에게 가장 부합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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