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광일


그곳은 무수한 1층을 향해 하강하는 거인과
모서리에 웅크리고 상승하는 난쟁이가 있으며
중력에 말려 있는 철사가 있다

관심은 늘
단 한 걸음도 허락하지 않는 벽과 벽을 향하고
치킬 게 많은 사람은 따질 게 많아
발바닥 같은 귀를 천장에 붙여 놓는다

창밖은 노란 물이 들어
구름이 더 큰 구름 속에 갇혀 이리저리 흘러다닌다

나는 빈방에 구름을 넣다 말고 한 뼘 두께의 집을 짓는 그대를 바라본다
지붕이 마루가 되는 방식으로 집을 짓는 그대를

언젠가 그대는 떠나고
꺼지는 감각에 무언가 고정되는 눈은 남고
발자국도 남지 않는 구두를 신고 파문이 인다 

마침내 누군가 벽을 향해 설전을 다짐하는 동안
지붕은 발자국 소리에 자욱하다

그대는
계단을 타고 흐르는 취기를 아는 그대는

새벽이 오지 않고 다시 밤이 내려가는 날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두 발로 걷던 사람들 틈에서 네 발로 걸어 나온다

무수한 1층은 천장과 천장만 남고
다음날 아침, 화면 속에 서리다

층간 소음문제로 극단적인 행동까지 보여준 고국의 화면에 경악했습니다. 콘크리트 단절된 틈바구니에 저렇게 시퍼런 칼들이 갈리고 있었다니, 술병이 쓰러지는 벽과 벽마다 미약한 신념들은 부풀면서 무릎을 구부릴 줄 모르는군요. 이해하려니, 억지로라도 이해하려니, 두 발 달린 동물들 틈에 네 발의 짐승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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