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편으로 콜로라도주에서 몇 개의 소그룹으로 형성된 영어 수업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교재를 개발하고, 교수법을 개발하여 한인 1세들의 영어습득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까지 한국인에게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에서조차 원어민 강사가 영어교육을 하는데, 미국에서 한인 1세에게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웃음 거리로 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영어교육은 효율과 효과의 문제입니다. 저의 경우는 원어민 영어 선생님은 고사하고, 한국인 영어 선생님도 없이 한국에서 주경야독을 하면서 혼자서 영어를 습득한 경우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어민 영어 선생님과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오래 전 제가 대학원에서 언어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때였습니다. 한국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알려진 모 기업의 임원이 제가 있던 대학에 연수를 오셨습니다. 영어를 배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오신 그분이 저를 찾아 오셨습니다. 언어학 박사과정에 있는 본토박이 학생 2명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차를 한 잔 나누면서 나름대로 독학을 통한 영어습득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의 핵심을 말씀해드렸습니다.
물론 그분 역시 미국에 와서까지 한국인에게, 그것도 대학원생에게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면으로도 수긍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분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고, 순수한 마음으로 제가 익힌 노하우를 알려드리고자 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분은 매주 2명의 언어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부터 과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약 두 달 정도가 지나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저에게서 영어를 배울 수는 없는지 문의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1주일에 한 번씩 과외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그날 그날의 일상적인 생활과 그분의 전문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제가 대화를 이끌고, 그분이 영어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한국말로 하면 제가 영어로 되풀이해주는 식의 방법이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 배우고 싶은 말, 꼭 필요한 말을 바로바로 해결해주니 그분에게는 그처럼 효과적인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2명의 원어민 박사과정 학생을 그만두게 하고, 저하고만 공부를 하셨습니다. 본토박이의 언어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라는 상표의 이미지 상품보다는 영어에 능숙한 한국인 언어학 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이라는 상표가 주는 실용적인 상품이 훨씬 마음에 들었던 것입니다.
한 번은 그분과 골프를 치면서 제가 꾸준히 (그분이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한국어로 하면 영어로 되풀이 해주는 방식을 포함하여) 영어로 대화를 이끌었는데, 그러한 점도 대단히 효과적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그 후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그분과 함께 골프를 쳐야 했는데, 불과 몇 달 되지 않아 그분이 회사의 지시에 따라 동부의 도시로 옮겨야 했습니다. 많이 아쉬워하시며 떠나셨습니다. 이러한 것은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누구든지 영어와 한국어에 능숙한 사람으로 그러한 방법만 쓰면 되는 것입니다.
의도와는 달리 자화자찬이 된 것 같습니다. 어떻든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도 영어라는 숙제를 항상 베고 잠자리에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숙제가 끊임없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주경야독을 해도 약 30개월이면 유창한 영어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밑도 끝도 없이 헛도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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