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은 착각을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국 이민자들의 영어실력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즉, 이민생활 10년이면 영어는 속시원하게 잘 할 것이라고 믿고,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민생활 20년이 넘고 30년이 되면, 영어실력이 소위 유명인들의 연설수준과 같은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그 착각이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심지어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 2년 동안 어학연수를 다녀 온 선배의 영어가 마치 본토박이 미국인 수준일 것이라고 믿을 만큼 순진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요즈음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한다는 것과 영어가 된다는 것은 거의 무관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실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미국진출이 그만큼 많아져서, 어디든지 한국말로 생필품과 일상생활의 아쉬운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한인타운이 있고, 그곳에 밀집해서 생활하기 때문인 것이 1차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현대문명의 발달로, 미국 어디에서나 한국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한국의 정시 뉴스를 모두 시청하고, 모든 방송국의 잘 나가는 연속극은 컴퓨터로 다운로드 받아서 빠짐없이 다 보는 생활의 연속이 이민 1세의 실상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은 이미 정착한 한인들의 비지니스에서 일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또는 자영업을 하는 경우, 미국인을 고용하고 손님들을 맞는다고 하지만, 그정도에 필요한 말이라야 고작 100여 마디 미만이면 충분하니, 그 이상의 말을 배우거나 쓸 기회도 없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20년 또는 30년 전에 미국의 외진 곳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은 영어를 훨씬 잘 합니다. 오래 전에 이민을 와서 한인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에서 비지니스를 하면서 생존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드물기는 하지만 대부분, 일상의 필요한 업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정도의 말과 공과금 관련 문서를 볼 수 있는 정도의 영어는 잘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현 시대와 같은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이민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한인타운도 없고, 한국 신문도 없고, 가족 외에는 한인도 없고, 국제 전화비가 비싸서 한국에 전화도 자주 못하고, 한국어 통역관도 없던 허허벌판의 광야에서 이민생활을 해야했던 분들만이 누릴 수 있는 영어실력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인들에게 외진 곳은 미국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현대문명으로 인한 후천적 영어습득미숙현상(?)은 영어권 국가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이민 1세대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현대문명으로 인한 후천적 영어습득미숙현상은 철이 늦게 드는 이민 1.5세대 또는 한인 1.5세에도 점점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미국의 학생들도 중학생만 되면 이제는 모두가 양쪽 귀를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혼자 도취되어 돌아다니고, 페이스북이나 스카이피 등과 같은 괴물들을 이용하여 각자 집에서 끼리끼리 킬킬거리며 살아갑니다. 사실 이와 같은 첨단괴물의 이용은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훨씬 더 익숙해져 있습니다. 미국은 인터넷 속도도 한국보다 많이 느리고, 한국에 비하여 괴물의 출현과 소비현상도 상대적으로 늦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끼리 서로 어울리며 놀 수 있는 생활환경은 점점더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영어를 배우기 위하여 많이 어울려야 할 1.5세들에게 기회가 적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1.5세들은 한국의 엄마와 아빠는 물론, 친구들과 수시로 문자를 보내고, 페이스북을 하면서, 이제는 카톡까지도 해야하고, 앞으로도 계속 출현하는 신종 괴물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배우고,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갈 수록 악화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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