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미술관이 지난 3월27일에 사단법인 한국옻칠문화연구원의 김인섭 원장을 초청해 나전옻칠에 관한 문화강연을 열었다.
김원장은 덴버 미술관 아시안 아트협회 이사인 새미 리씨의 통역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를 통해 나전칠기의 역사와 제작과정, 옻칠의 다양한 기법, 옻칠의 응용 방법, 옻칠의 세계화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었다.
김원장에 따르면, 나전칠기는 고려시대에 꽃을 피웠다. 고려의 나전장인들은 관청수공업체에 소속되어 녹봉까지 받아가며 일을 했다. 덕분에 장인들은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어 전복의 껍질을 종잇장처럼 얇게 갈아서 사용하는 박패법, 주름질 기법 등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넘보지 못할 독특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불교 문화와 연결된 화려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조선 시대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정부 차원에서 나전장을 우대하던 고려와는 시대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조선 시대의 나전 칠기는 고려시대의 문양과 기법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기술면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오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나전칠기 기술전통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으며, 현재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육성하기 위해 나전칠기장은 중요무형문화제 제 10호로, 나전칠기 기법의 하나인 끊음질은 제53호로 지정되어 있다.

     김인섭 원장은 45년간을 온전히 옻칠공예에 몸담아온 장인 중의 장인으로, 2005년에 덕수궁 석조전에서 최초로 남북전통공예 교류전을 개최해 남북 문화교류의 초석을 다지기도 하고, 인천국제공항 VIP룸에 자리잡고 있는 ‘군학십장생도’ 벽화는 100% 옻칠로 완성된 그의 대표적 역작으로 우리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드높이고 있다.
옻칠을 ‘전통문화의 핵심’이라고 정의하기까지 하며 옻칠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평생을 헌신해온 김 원장은 “나전칠기는 중국, 일본에서도 함께 발달해온 공예기술이지만, 한국의 나전칠기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독창성과 우리 민족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발전해온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주간 포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원장은 “미주,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전세계에서 한국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나전 옻칠공예를 신비롭게 생각해 한 작품이라도 소장하려는 외국인들의 구매가 많다. 또 나전기법, 누금기법, 망수, 후수, 상감기법 등 한국의 전통적인 나전옻칠 기법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이를 육성하고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전칠기 혹은 옻칠공예는 장롱이나 장식장, 밥상에서나 볼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 나전칠기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의 나전공법은 끊임없이 발전해오고 있다. 나전옻칠은 금속, 한지, 나무, 대나무, 도자기, 가죽 등 바를 수 있는 재료에 제한이 없고 기능과 기법이 다양하다. 부엌에서 가장 세균이 많이 번식하는 도마의 경우, 옻칠을 한번만 해도 99%의 멸균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단순한 공예를 넘어, 옻의 성분인 우루시올의 효능과 효과가 입증되면서 옻식품, 옻떡, 옻삼겹살, 옻음료, 옻건강식품 등이 이미 시판되면서 건강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우리는 전통공예가 ‘작품’을 넘어 첨단산업의 ‘소재’로 도약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조화로움이 문화산업으로서 옻공예산업의 가능성을 대변하고 있다. 
김 원장은 덴버에 사는 한인들에게 “옻은 과거, 옛날의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것, 더 나아가서는 미래 우리 후손들의 것이다. 한국의 나전옻칠 문화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해주기 바란다. 덴버 미술관에 한국관을 제대로 꾸미고 싶다. 한인들의 많은 후원과 협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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