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하여 동영상으로 올려진 김용총재의 연설을 여러편 들어보았습니다. 그 연설을 들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하였 듯이, 김총재는 전형적인 미국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치와 유머를 다분히 담아 청중의 환기를 유도하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예의 그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렬한 열정과 설득력있게 들리는 톤과는 달리, 차분하고 진지한 스타일의 연설이지만, 여전히 미국사람들 특유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친근함이 익숙하게 배어 있습니다.
대중들 앞에서 연설을 한다는 것은 경험이 부족하여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역대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 유명 정치인들의 연설을 들어보면, 모두가 거침없이 잘 해냅니다. 그다지 학구적이지 못하였다고 하는 아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봐도 듣기에 좋습니다. 아마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연설을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반기문 유엔총장의 연설도 들어봅니다. 마찬가지로 수준급의 연설입니다. 혹자들은 반총장의 발음이 어떠하다고 말하지만, 제가볼 때 모르는 사람들의 소리입니다. 실제로 저에게 반총장의 영어 발음이 어떠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영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연설을 놓고 발음을 운운하는 것을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분의 발음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김용 총재 또는 미국의 유명 정치인들과 같이 영어를 커뮤니케이션의 매체로 평생 살아온 분들과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감히 의견을 내놓자면, 국제무대에서 빅3의 한 자리를 수행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영어실력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인들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일부 발음을 최대한 원어민 소리에 가깝게 소화시켜 내는 반총장의 영어는 한국인들이 따라하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역을 하다보면 종종 손님들로부터 과찬의 말을 들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듣기에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찬의 말 끝에 어떤 손님들은 모 통역사의 영어가 형편 없느니, 발음이 엉성하느니,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통역을 하느니, 등등의 악성 코멘트를 곁들일 때가 있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일부러 그렇게 이야기 한다는 것으로 접고 듣습니다만 사실은 불편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그분들의 코멘트가 꼭 맞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에 오래 살아서 영어는 못하지만 통역관의 영어를 판가름할 정도의 분별력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통역사의 영어에 대하여 서슴없이 왈가왈부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하였을까?

      제가 얻은 결론은 자기 마음에 드는 통역사는 영어가 아주 유창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통역관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편 통역관은 유창하고, 상대방 통역관은 엉터리 영어를 구사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겸손하고 점잖은 통역관은 영어가 유창하고, 건들건들 뻣뻣하고 깍쟁이 같은 통역사는 아무리 영어를 잘 해도 형편없는 통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승소한 쪽의 통역관은 유창하고, 패소한 쪽의 통역관은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통역관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변호사를 평가하는 경우에도 똑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승소한 변호사는 무조건 막강한 힘이 있는 변호사고, 패소한 변호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능력한 변호사가 되는 것입니다.
하긴, 제가 주제넘게 남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술은 무조건 달기만 하면 좋은 것이다 말하고, 쓴 술은 값의 고하를 막론하고 안 좋다 말합니다. 연주회에 갈 때는 제목도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멋있는 곡을 연주하는 사람은 아주 잘한다 말하고, 따분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말 못하지만 속으로는 잘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도 제 입에 맞으면 잘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음식은 다 좋고, 미국 음식은 대부분 아주 형편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침묵을 지킵니다. 그림을 보아도 아름다운 무엇이 뚜렷하게 보이면 주변을 맴돌지만, 아무리 봐도 보이는 것이 없는 그림은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모르니 모르는 만큼 빼고 즐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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