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한국의 학교 교육의 두드러진 차이점을 지적해왔습니다. 즉,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교육은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그 점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주어진 정보를 단순히 암기하는 차원의 교육이 바로 한국식 교육인 것입니다. 인문 과목이나, 과학 과목 구분할 것 없이 모든 과목이 똑같이 선생님은 틀에 박힌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학생들은 그 정보를 머리 속에 간직하는 것으로 공부를 다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평가 역시 수업을 통하여 제공된 정보가 머리 속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에 국한됩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그와 같은 정보의 암기능력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그 보다는 주어진 정보의 창의적인 활용능력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즉, 미국에서의 학교 교육은 모든 것이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더하도록 요구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읽어야 하고, 더 관찰해야 되고, 더 써야 하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현재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아이들에 대한 이제까지의 교육과정을 보면서 자주 느낀 점입니다. 종종 아이들이 숙제하는 것을 보면서 옛날 한국에서 공부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얼마 전에도 이제 고등학교 1학년 (한국 학제로는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쓴 페이퍼를 보면서 새삼 놀랐습니다. 딸은 페이퍼를 써놓고 저에게 교정을 부탁하고 테니스를 치러 나갔습니다. 페이퍼를 보니, 아뿔사! 나는 한국에서 언제 이런 페이퍼를 써보았던가, 라는 놀라움이 절로 나왔습니다. 컴퓨터로 촘촘히 뽑은 5페이지 분량의 페이퍼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수준의 페이퍼였습니다. 다수의 자료를 인용하고, 각각의 자료원에 대하여 형식에 맞추어 각주를 모두 달고, 논리적인 전개와 자신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논증하는 글을 보면서, 국어과목 수업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저도 글 쓰기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재능도 부족한 동족인으로 저를 제외한 누구를 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통역과 번역 일을 많이 하는 저는 종종 한국인들이 쓴 글을 보면서 황당함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쓴 글 가운데는 번역이 되지 않는 표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것은 문장에서 대명사의 생략이 허용된다는 한국어의 언어적 특징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법과 논리의 모순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글 쓰기 훈련 없는 한국교육

        이것은 학력이 낮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절대로 아닙니다. 소위 최고학력의 소지자들도 그렇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오래 전에 저는 한국 굴지의 기업과 독일의 한 회사 간의 특허분쟁 소송과 관련하여 많은 서류를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대단히 놀라웠던 것은 그 회사가 제출한 특허문서의 한글이 번역하기에 너무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내용이 어려운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한글로 쓰여진 문장의 어법과 구성에 오류가 너무 많아서, 정확한 번역을 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특허문서라면 회사의 중요한 자산을 명시하는 소위 지적자산의 등기문서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등기문서에 명시된 자산의 내역을 기술하면서 제 3자가 읽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 많은 오류를 남겼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특허문서의 경우, 문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대단한 창의력이나 창작능력 수준의 글 쓰기가 특별히 요구되는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욱 황당했던 점은 십 수 년 동안 대대로 제출된 방대한 양의 특허출원 문서가 모두 똑같이 반복되어 인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틀린 어법과 문장구성의 모순까지도 정확히 그대로 인용되고, 극히 일부 해당 기술적인 부분만 바꾸어치기 했다는 것입니다. 한 기업의 특허출원 문서를 담당하는 직원들이라면 최고 학력을 소지하였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초창기 특허출원문은 변호사를 기용하여 작성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K 형, 기분나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미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숙제로 제출하는 페이퍼의 수준과 한국 일류의 기업이 대대로 제출한 특허출원문의 한글 수준이 한국과 미국의 교육수준의 차이를 보여주는 냉철한 현실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한국에서의 공부를 일로 친다면, 그것은 복잡하게 머리를 쓸 일도 없이, 그냥 단순히 열심히 읽고 외우면 되는 단순 노동에 불과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그렇게 읽고 암기하는 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험볼 때 오픈 북이나 계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굳이 그런 것을 암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항상 읽고, 관찰하고, 생각하고, 추리하고, 정리하며, 머리를 쥐어짜면서 자신의 생각을 논증하거나 새로운 것을 토해내야만 되는 중노동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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