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의 학교내 폭력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왕따 문제나 교내 폭력 문제는 미국의 학교에서도 대단히 철저하게 대비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학교들이 폭력과 왕따 문제를 근절시키기 위하여 애를 쓰는 것은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점점 갈 수록 심해지는 법적인 분쟁의 단초를 없애기 위한 것도 있다고 봅니다. 자칫 잘 못 대처했다가 학부형이 제기하는 법적인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는데, 그러한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예방적인 조치의 일환이라고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고등학생인 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이제까지 아이들이 왕따나 학교 폭력에 노출된 적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끔씩 아이들에게 누군가가 왕따를 시키거나, 불편한 행동을 하거나, 폭력적인 아이들이 있는 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두렵거나,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아빠 엄마에게, 그리고 학교 선생님에게 이야기 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아직까지 불평을 한 적은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가 온순하고 조용한 도시라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온순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학부형들이 오랜 옛날 학창시절 왕따를 당했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왕따를 당했던 아픈 경험의 기억이 평생동안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절대로 그런 왕따를 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학교에서도 그만큼 왕따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학교는 왕따를 포함한 교내 폭력에 대하여 대단히 심학한 문제로 취급을 합니다. 그래서, 대학은 물론이고 미국의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교내 전담 경찰이나 보안관이 학교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소셜워커와 상담전문인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어느 정도까지는 학부모를 학교로 초대하여 자녀의 문제를 여러 담당자들과 함께 만나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는 바로 청소년 법원이나 청소년 교도소 같은 외부기관으로 이첩시키는 제도를 적용합니다. 교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에 대한 단계적인 관리기준 및 절차가 학교 규칙에 정확이 명시되어 있으며, 문제발생시 그와 같은 규칙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됩니다.
제가 종종 학교에 통역을 갈 때는 그와 같은 문제 때문에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A 학생의 경우, 한국에서 조기유학을 온 학생인데, 영어도 잘 되지 않고 학교 환경에도 적응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힘들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그 학생에게 칭크 (Chink)라는 말로 놀렸다고 합니다. 원래 칭크는 중국인을 놀리는 말이지만 흔히 아시아인을 놀리는 말로 쓰입니다. 이 아이는 물론 칭크라는 말의 의미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이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와 같이 놀림을 당할 때는 아무 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신고를 하면 되는데, 갖 유학을 온 학생이 그것을 알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하루는 또 그들이 놀리자, 쉽게 나오는 말로 '너 죽어 (I will kill you)'라고 응수를 했답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선생님에게 쫒아가서 신고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그 학생의 부모는 여러차례 학교의 부름에 응해야 했고, 학생은 주의를 받고 보호관찰 기간을 넘겨야 했습니다. 이것은 비교적 가볍게 마무리 된 경우입니다. 그렇지만 그 학생으로서는 억울했고, 학부모도 걱정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그 학생이 먼저 괴롭힘을 당할 때에 신고를 했다면 좋았을 것을, 오로지 학교에 그런 보호절차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홧김에 쉬운 말 한 마디 하였다가, 더 힘들어진 경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죽인다'는 말이 단순히 겁주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그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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