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미술관 특별초청강연

     이화 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저명한 예술가인 김종구 교수가 덴버 미술관에서 특별초청강연회를 가졌다.  지난 13일 저녁 7시에 덴버 미술관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 교수는 자신의 대표적인 예술 작품인 ‘쇳가루 산수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세계와 예술관을 참석자들에게 강연했다.
 그는 다른 많은 재료들을 두고 ‘왜 하필 쇳가루인가?’라는 화두를 두고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한 물질인 쇠를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것은 약한 존재에 의해 강한 존재가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극대화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쇠를 가는 과정은 힘들다. 김 교수는 우주인들이 입는 우주복과 비슷한 옷 속에서 산소 탱크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아가며 단단한 쇠를 깎는다. 엄청난 굉음과 불꽃 속에서 통쇠를 깎는 과정을 통해 그의 몸과 영혼은 하나가 되는 혼연일체에 이르게 된다. 
 김 교수의 설치 예술은 바닥에 바라보는 시선을 강조한다. 캔버스 대신 광목을 바닥에 넓게 펼쳐놓고 그는 그 위에 쇳가루를 조심스럽게 부으며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그의 그런 과정을 역시 바닥에 놓인 카메라는 인간의 눈높이가 아닌 바닥에서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렇다면 왜 바닥일까?
김 교수는 “아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수직적 구조에서 위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수평적 구조에서 바라보는 세상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바닥에서 바라보는 김 교수의 작품은 신기하게도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닮아있다. 쇳가루로 이루어진 작은 검은 산과 언덕들은 마치 산수화 속에서 거친 붓질로 그려진 자연들과 흡사하다. 그는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을 전시가 끝나면 미련없이 빗자루로 쓸어버린다. 왜 접착제로 고정을 시켜 영원히 남기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변화하는 자연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럽에서 활동하다 현재는 이화여대 조형미술학부 및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쇳가루 산수화’ 를 비롯해 조각, 비디오, 그림, 사진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쇠를 잘라내는 퍼포먼스와 쇳가루를 묵으로 활용해 하얀 배경 위로 글씨를 쓰는 등의 설치 작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쇠를 현대 문명을 대변하는 물질로 보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큰 강철을 쇳가루로 만들고, 이를 수평으로 펼쳐져 새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하얀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감을 표현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남미 콜롬비아를 초청방문해 쇳가루 그림 여러 점을 제작했으며, 지난 2월11일부터 CU 볼더의 VAC(Visual Arts Complex)에서  퍼포먼스와 강의, 패널 토론회를 비롯해 덴버 미술관과 볼더 현대 미술관 등에서 쇳가루 그림과 풍경 전시회를 개최한 후 15일에 한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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