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기준으로 볼 때, 김총재의 세대구분은 다소 불분명합니다. 김총재는 한국에서 출생하여 5세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왔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이민 당시에는 한국말에 익숙해져 있었을 것이며, 기타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인식을 대단히 낮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5세에 미국에 와서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받고 성장했다면 김총재는 한인 2세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한인 2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김총재를 한인 2세로 규정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저희 집 아이들이나 다른 한인 2세 자녀들의 일반적인 상황을 견주어 보면, 일반적으로 약 4-5세까지는 거의 한국어와 한국가정의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하며, 4-5세가 되어서야 미국의 기관과 사회에 진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이 미국사회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시기가 4-5세의 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들의 경우도 4-5세가 되어 유치원에 다니면서 그제서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는 한국어만 구사하며, 한글공부를 했었지요. 어린 아이들이지만 부모를 떠나서 갑자기 영어만 사용하는 유치원에 가서 새로운 선생님들 및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은 상당한 충격임은 분명합니다. 그로 인하여 아이들이 불안을 느끼고 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김총재가 5세에 미국에 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접하기 시작하는 것도 그 정도의 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김총재가 한인 1.5세냐 2세냐라는 것을 쟁점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민자들의 삶을 소개하고자 하는 저의 입장에서 그 분이 지니고 있는 성장과정 및 환경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를 정리하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이민자들이 갖고 있는 정서와 가치관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K형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한인 1세와 1.5세, 그리고 2세가 갖고 있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및 전통과 가치에 대한 판단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와 같은 세대간의 차이는 실로 대단하여 함께 살아가는 가족임에도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김총재가 한국인의 핏줄을 이었다고 해서, 한국인의 눈으로, 한국인의 가치관으로, 한국인의 정서로 김총재를 바라본다면 자칫 오해할 수 있는 상황도 많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총재는 미국적 가치와 환경의 규범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성장한 엘리트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제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미국적 가치와 환경의 규범이 한국적 가치와 환경의 그것에 비하여 우월하거나 그렇지 않다는 비교의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만 서로 다른 점이 많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는 것뿐입니다.

    세계은행 총재의 후임과 관련한 아시아 국가들이 주장한 일련의 발언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김총재를 지명한 것은 여러가지 정치적인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것은 김총재가 그와 같은 정치적인 배경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외형상의 조건보다 김총재가 진정한 미국인이며, 미국적 가치와 환경의 규범에서 존경할 수 있는 인격과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총재가 어린시절 전형적인 미국생활을 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오바마 대통령의 치사가 바로 그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K형, 저는 콜로라도 대학 (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의 대학원으로 유학을 와서 언어학을 공부했습니다. 유학을 하는 동안에도 아르바이트로 법정통역과 비지니스 및 병원 통역을 많이 하였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와 같은 통역을 하면서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이 김총재와 같은 엘리트적인 삶이 아니었다는 상투적인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김총재의 도약을 빌미로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인들의 삶을 조곤조곤 전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미국에서 무지렁이 처럼 살아가는 백여만의 한인들이 있기에 김총재와 같은 훌륭한 분이 나올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수 많은 한인들이 아프고 시린 이민생활 속에서 화사하게 웃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많은 한인들이 당당하게 타인종의 추종을 불허하며 보람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세대와 세대의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총재와 같이 온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존경스럽게 살아가는 한인들도 있습니다. 김총재의 이야기를 빌어 그 분들의 이야기를 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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