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전

2013-03-21     김현주 편집국장

   ‘피겨 여왕’ 김연아(23) 선수가 2013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독보적 득점으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또 한번 세계를 감동시켰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의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로 금메달을 땄지만,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에선 준우승에 그치자 은퇴를 고려했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7월 2014 소치동계올림픽 도전을 선언했고, 지난주 열린 세계선수권‘우승 복귀’로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어떤 대회인가. 사실상 그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탓에 올림픽 전해에 열린 세계선수권 우승자가 다음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확율이 77%나 된다. 올림픽 2연패가 눈앞에 보인다. 사실 올림픽 메달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연아의 빛나는 연기는 그동안의 잡음을 완전히 종식시켰다.
종합 점수 218.31점은 2위 선수보다 20.43점이나 많은 것으로, 새 점수 체계 아래서 열린 9차례 세계선수권에서 가장 큰 차이다. 해외 언론들이 ‘마치 다른 별에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김연아를 위한 1부 경기와 다른 선수들을 위한 2부 경기로 나눴어야 했다’ 등으로 표현하며 극찬한 것도 그의 월등한 실력 때문이다. 김연아의 우아한 스핀, 높은 점프 뒤의 안정된 착지, 절묘한 표정 연기는 다른 출연 선수들과 차원이 달랐다. 그는 이번 대회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의 출전권 3장을 확보함으로써 ‘김연아 키즈’들의 올림픽 도약 발판까지 마련했다.
김연아의 화려하고 완벽했던 ‘레미제라블’을 지켜보던 현지의 1만여 관중은 김 연아의 연기가 끝나기도 전에 기립했고 연기가 끝나자 경기장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김연아에게만 유독 엄격하고 적대적이었던 심판들조차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에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었고, 김연아의 기를 죽이려던 일본과 캐나다인들조차 놀라움과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올라가자 30여명의 캐나다 여성 합창단이 현장에서 한국어로 애국가를 부르는 감동적인 장면까지 연출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2위와 3위, 특히 3위 아사다 마오는 더 이상 김연아의 라이벌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일본이 김연아의 기량을 시기 질투하면서 아사다 마오를 김연아와 엮어 얘기하곤 했지만 더이상의 라이벌이라는 단어는 김연아에게, 우리 한국에게, 나아가 전세계 피겨팬들에게 실례되는 말이 되었다. 은퇴에 가까운 공백을 딛고 절정의 기량을 드러낸 김연아는 단 4분 연기로 ‘다시 한 번’ 도전하는 스포츠 선수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었다. 훈련을 거르면 근육이 풀어지는 스포츠 선수에게 공백기를 몇 년 갖는다는 것은 대개 은퇴를 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다시 현역 선수 생활로 돌아오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들도 나왔다. 그러나 김 연아는 작년 말 1년 8개월 공백을 깨고 독일 NRW 트로피 대회부터 다시 빙판에 섰다. 그 뒤 여러 대회를 치루면서 점프, 스텝, 스핀을 다듬었다. 점프는 다른 선수보다 훨씬 높고 멀리 뛰었고 잔실수도 없앴다.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이나 예술 축구의 천재 지네딘 지단도 옷을 벗었다가 재기에 성공한 적이 있다. 김연아의 부활 드라마는 조던과 지단을 넘어서는 감동을 세계 팬들에게 선물했다.
김연아의 ‘우승 복귀’는 ‘도전 정신’의 중요성을 거듭 일깨운다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필자는 이 도전 정신의 모습을 지난해 콜로라도 청소년 문화축제에서도 보았다. 1회 때의 조촐했던 무대가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높은 실력과 기획진들의 탄탄한 구성력으로 축제의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다. 무대에 서기까지 열심히 연습했던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은 객석에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후원자들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에 주간 포커스는 행사부대비용 중 자체적으로 2천 달러씩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금액은 포커스가 매년 제작하는 콜로라도 업소록에서 남은 수익을 따로 떼어놓은 것이다. 또 다른 수익은 가을에 열리는 어린이 동요대회에 사용된다. 어떻게 보면 포커스의 광고주들이 포커스가 주최하는 청소년, 어린이 행사들의 후원자가 되어 감동의 드라마를 함께 쓰고 있는 셈이다.
대상에 주어지는 상금을 1천 달러에서 2천 달러로 높게 책정한 것은 그룹 출전팀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자진해서 후원을 약속한 업체도 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잊지 않고 청소년 축제의 가치를 기억해준 이들에게 감사한다. 올해로 벌째 4회째를 맞는 청소년 문화축제는 콜로라도의 한인 2세들에게 새로운 꿈과 도전의 장을 마련해주는 값진 행사이다. 또한 여러 관련 행사들을 양지로 이끌어낸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해 대상팀인 6인조 밴드에이드와 천재 소년들이라고 지칭된 금상팀 데릭과 브라이언트 서 군의 연주 그리고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할 제자교회 소속 두드림 팀 등이 축하무대를 장식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의 가족이 아니더라고 참석해서 우리 2세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 바란다. 우리 기성세대들의 조그만 관심이야말로 도전을 꿈꾸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콜로라도의 김연아를 보게 될 콜로라도 청소년 문화축제는 6월1일 레인지뷰 고등학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