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기

2013-03-07     김현주 편집국장

김종훈 미래창조 과학부장관 내정자가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궈 놓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낳아준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한국 행을 선택했었다. 그런 그가 사퇴를 선언했다.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단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며 탄식했다.
 ‘살아 있는 벤처 신화’로 통하는 김종훈. 얼마전 그에 대해 적은 적이 있었다. 중2 때인 1975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메릴랜드주 흑인 빈민촌에서 자랐고, 가난 때문에 고교 1학년 때부터 편의점 심야 아르바이트와 신문 배달로 학업을 이어갔다. 매일 2~3시간 정도 자면서 공부한 끝에 3년 만에 존스 홉킨스대 전기 컴퓨터과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자원입대해 군에서 존스 홉킨스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제대 후에는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 2년 만에 메릴랜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직원 한 명과 단돈 40달러로 통신장비 제조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세워, 무선, 구리선, 광케이블 등 모든 네트워크를 연결해 쉽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ATM 통신장치를 개발했고, 1998년 회사를 세계 최고의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 루슨트에 10억달러에 매각했다. 그해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400대 갑부’ 리스트에 그를 올렸다. 그는 2001년 메릴랜드대 교수를 거쳐 2005년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인 벨연구소 사장에 올랐다. 그런 그였기에 박 대통령은 삼고초려하면서 그를 데리고 왔다.
김 전 후보자와 가족은 한국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처음에는 이중국적, CIA와의 협력 관계 등이 문제가 됐다. 김 전 후보자도 여기까지는 대응도 하고 어느 정도 이해를 했었다. 그러나 ‘IMF 때 한국의 어려움을 이용해 100억원대 부동산 투기를 했다, 부인 소유 건물에 유흥주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성매매도 이뤄졌다, 장관 지명 사실을 이용해 처남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큰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등의 내용이 야권과 인터넷에서 왜곡 전파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미국 국적을 포기할 때 미국정부에 납부해야 할 최소 1000억 원이 넘는 국적포기세를 물어야하는 데도 조국을 선택했다. 그런 그를 민주당의 당리당략으로 내쫓은 꼴이 됐다. 거금으로 사와도 모자랄 세계적인 인물이 자기희생을 치르면서까지 조국을 위해 몸 바치겠다는데도 걷어찬 나라가 정상일까. 당리보다 국익이 먼저인 것을 모를 리 없다. 이를 속절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국민은 답답하고 짜증스럽다.
충분히 인재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로 비난을 한다는 사고는 이제 버려야 한다. 크게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작게는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서도 인재를 생채기내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 이런 습성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결국 인재는 더 큰 사람이 되어 다른 편에 서 있게 된다. 그때는 더욱 감당하기가 힘들어질 뿐이다.
1990년 초, 스탠포드 대학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 청바지 차림으로 삼성을 찾았다. 정보통신 신기술을 공동개발하자는 제의였다. 그러나 삼성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다. 삼성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페이지랭크란 기술을 개발하여 구글(Google)을 창업했다. 삼성은 그 때 비로소 후회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는 우리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자기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객관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무조건 비난하는 이들, 이에 합세해 더욱 부풀리는 사람들이야말로 커뮤니티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무슨 일을 할 때면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도 있다. 일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싫기 때문이다. 김종훈이 장관이 되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싫은 것처럼 말이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정전협정 파괴, 핵실험 강행, 일본의 역사 왜곡, 국내적으로는 국가 안정과 경제 성장 등 얼마나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는데 새 정부는 아직 출범식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어느 정도 줄다리기를 하더라도 최소한 정부 출범을 위해 정부조직법안 시한은 맞춰주는 것이 관례이자 국민적 예의가 아닐까. 무슨 상황인지 파악도 되기전에 일단 발목부터 잡고 보자는 심보다. 이제는 구태의연한 발목잡기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일개 후진국의 국회의원 나부랭이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콜로라도 한인사회는 인재가 부족한 곳이다. 이런 곳일수록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잘난 척하기 위해‘나대는’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봉사하는’ 것이라고 봐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소문을 조장해 그들의 발목을 잡거나,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막 발언을 하는 일은 삼가해야겠다. 이런 절제의 노력이 이민사회에서 필요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