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메이킹

2013-01-10     김현주 편집국장

낮에 한국에 있는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뜸 “오로라에서 또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는데 괜찮냐?”며 물었다. 필자도 미처 몰랐던 사건을 새벽에 연합뉴스를 통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거기 왜 자꾸 무서운 사건을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애들 조심시켜라”면서 걱정에 걱정을 거듭했다. 지난 주말 오로라의 한 주택가에서 한 남성이 출동한 경찰과 6시간 동안 대치 끝에 사살됐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했을 때 이 남성은 이미 3명의 친지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후였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오로라 극장에서 총기난사로 1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당한 이후에 생긴 일이어서 모든 뉴스 매체의 제목은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서‘또’ 총기사건> 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타이틀만 보면 오로라시의 이미지는 총기난사가 빈번히 발생하는 범죄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들고 다니는 무법 천지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특히 한국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은 이번 주 총기사건으로 인해 필자가 위험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듯하다. 놀러오겠다는 친구들의 전화도 뜸하고, 내년에 미국 여행을 계획했던 한국의 가족들도 슬그머니 일정을 변경하려 한다. 사실 오로라는 충분히 조용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2명의 정신나간 인간들 때문에 범죄 도시의 이미지로 굳어져 버리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국민 배우 안성기씨는 커피 광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그의 다양한 이미지 중 가장 오랫동안 우리 뇌리 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는 바로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이다. 그는 1989년부터 출연해온 한 커피 광고에서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라는 카피로 많은 아내들의 여심을 흔들었다.

그는 17년간 계속한 커피 광고를 통해 부드럽고 자상한 남편의 이미지를 얻었고, 국민배우라는 명성을 얻는 발판을 마련했다. 커피 광고에서는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편의 이미지로, 영화 극중 캐릭터에서는 소탈하고, 어눌해 보이는 말투와 행동, 옆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함으로 관객들에게 어필됐다. 이처럼 안성기씨는 광고와 영화를 통해 당대 최고의 배우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가장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이미지 마케팅에 가장 성공한 사람은 단연 케네디 대통령일 것이다. 1960년대 제3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TV토론회였다. 이 토론회는 당시 닉슨에 비해 무명이었던 케네디를 일약 정치스타로, 또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TV의 엄청난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 대사건이었다. 당시 케네디는 시청자에게 이야기를 걸듯이 말했고, 시청자의 마음에 설득력 있게 호소했다. 그러나 닉슨은 심판관이 채점하고 있는 듯한 상황을 설정했고, 케네디 한 사람을 향하여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토론의 내용면에서는 노련한 닉슨이 한 수 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닉슨이 케네디에게 패배한 이유는 바로 이미지 메이킹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물색 와이셔츠를 입고 젊음을 내세웠으며, 활발한 몸짓과 손짓으로 보는 이에게 활력과 용기를 주었다. 그러나 닉슨은 유세에 지친 피곤한 모습과 창백하고 건강치 못한 모습으로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떨어뜨렸다. 이로 인해, 케네디는 TV토론에서 유권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는데 성공, 불과 4673표차의 승리를 거두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지난주 스티브 호건 오로라 시장과의 대담에서 그는 오로라를 국제적인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전세계의 많은 도시들과 자매 도시 결연을 맺어 협력관계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본격적인 오로라시의 이미지 마케팅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이러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간다면 몇 년후 오로라시의 이미지는 괄목상대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살기 좋은 오로라, 장사 잘 되는 오로라,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오로라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오로라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민족 중의 하나인 우리 한인들이 앞장 서서 동참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올해는 각자의 이미지를 완성시켜보자. 이미지 마케팅은  면접시험장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전문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대단한 활약을 해왔다. 이런 이미지 마케팅에는 공통된 전략들이 있다. 많이 웃기, 상대방과 눈 높이 맞추기, 상대방 얘기 먼저 들어주기, 칭찬 하기, 밝은 색 옷 입기 등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친절한 사람, 편안한 사람, 착한 사람 혹은 전문가로 완성된다.  지금부터 우리 자신의 이미지도 한번 만들어보자.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나만의 향기를 찾아, 올 한해는 각자의 이미지 마케팅에 성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김현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