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도 OK

2013-01-03     김현주 기자

계사년 뱀띠 해가 밝았다. 한인들 대부분이 구정을 설날이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한 해의 달력이 시작되는 1월이 되니 기분이 남다르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고, 이것저것 계획도 세워보고, 집안 청소도 대충했다. 그리고 앉아 지난해 못다한 일들을 정리하면서 올해 하고 싶은 일 몇 가지를 정했다.
첫 번째는 작심삼일이라도 좋으니 무엇이든지 해보자는 것이다. 필자가 살과의 전쟁을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일주일에 네 번은 피트니스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다이어트와는 상관없이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동안 새벽 운동만 한 탓에 동 트기전에 운동을 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대부분 알게 되었다. 새벽에 운동하는 이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10명 중 8명은 몸짱들이다. 이들은 운동에 중독이 되다시피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새벽에는 뚱뚱한 사람들보다 몸짱들이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살찐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새해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새해 첫날 새벽에도 피트니스 안은 전형적인 거구들로 북적였다. 생각해보니 지난해 새해 첫날도 그랬던 것 같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뛰다 걷다를 되풀이 하다 지쳐 앉아 있는 이들도 더러 보인다. 뛰는 속도가 몸짱들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숨이 가파온다. 하지만 이들은 2월이 되면 하나 둘씩 보이지 않게 되고, 길어봤자 여름이 되기 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는 게을러서, 혹은 의지가 약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그러나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비록 짧은 시간에 완벽한 근육맨이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남편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말한 적이 없다.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고, 오히려 담배를 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받을 스트레스가 더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그는 담배를 끊어야 된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며칠 동안 끊어보기도 했었다. 그리곤 실패를 거듭했다. 그때마다 아예 끊는 것보다는 줄이는 연습을 하는 편이 낫다며 상황을 무마시켰다. 결론적으로 모두에게 금연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강요해봤자 소용없다. 하지만 본인이 끊어야 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늘 금연에 도전하게 되어 있다. 이렇듯 작심삼일이 잦아지게 되면 이 또한 평생습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양심을 지키는 일이다. 식상한 얘기이긴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문득 오래전 인기 있었던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인 ‘양심 냉장고’가 생각난다. 보는 사람이 전혀 없는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좌우 깜빡이를 정석으로 켜고 귀가하는 운전자를 찾아 선물로 냉장고를 한대씩 선물한 프로였다. 당시 이 프로그램의 붐이 일면서 전 국민은 혹여라도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몰래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교차로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건널목 정지선 지키기를 시작으로 술, 담배 판매 등 시민 의식을 고취시켜 공익성과 사회 정의감을 불어넣는데 성공했었다. 이는 중용에서 그토록 강조한 신독(愼獨)의 현대판 해석이었다. 참고로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하라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진짜 양심 냉장고를 받아 공개적으로 양심을 인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올해가 끝날 즈음 우리 모두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포커스 신문사만의 독자노선을 정해보았다. 포커스 신문사의 올해 중점 노선은 바로 2세들과 교육 부분이다. 3세부터 25세까지를 위한 콘서트 및 교육 세미나, 특화된 교육기사를 통해 2세들에게는 한인사회가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부모들에게는 힘든 이민 생활에서 아이들 교육에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반자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올 한해 포커스 신문은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릴 것이다.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덴버, 오로라 시장, 각 교육감 등 많은 주류사회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면으로나마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차별화된 신문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시야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다.
또, 문화센터와 웹사이트 활성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오픈한 지 벌써 4년이 된 문화센터는 그동안 한지공예, 라인댄스, 각종 교육강좌, 영어교실, 연수회, 노래교실, 각종 다양한 행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어왔다. 웹사이트는 처음에는 덴버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독자들을 위해 개설했지만 지금은 이외 이용자수도 상당히 늘었다. 올해는 이를 더욱 활성화시켜 또 다른 여론 수렴의 장으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생각이다.
작심삼일이라도 좋다. 무언가 시도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 실패해도 좋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3년 그려보길 바란다.
                               <김현주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