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과 민심

2012-12-13     김현주 기자

북한이 12일 국제사회의 경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습적으로 강행했다. 로켓의 1, 2, 3단 추진체는 정상적으로 분리돼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주요 강대국들이 잇따라 규탄 성명을 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곧바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주요국과의 공조에 나섰고 군의 대응 태세도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군 정보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두 정부는 전날 북한이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미사일을 지상으로 내려 조립건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당장 발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정부는 “이번 주에 발사할 것으로는 사실상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 대선을 단 일주일 앞두고 발생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강행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치 전문가들은 발 빠르게 평가를 내놨다. 한 정치학 교수는 한국 국민은 선거를 앞둔 북풍에 익숙해져 있고 연평도 포격과는 달리 이번 미사일 발사의 영향은 간접적이어서 대선판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는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줄어들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커지면서 대북 우호 정책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상당히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풍’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기습적인 돌발 행동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재외국민 대통령선거의 투표가 지난 10일 마감됐다. 전체 유권자의 7%에 해당되는 참여율이지만 등록 유권자의 수로 따져보면 70%가 넘게 투표를 마쳤다. 재외선거는 한국에서와는 달리 투표를 하려면 사전에 공관에 가서 등록절차를 밟아야 하고, 투표를 하기 위해 또 한번의 걸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그래서 사전 등록자의 10명 중 3명은 등록을 해놓고도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치는 지난 4.11 총선 때 참여율보다 25%나 높아진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이번 재외선거 관리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총 212억 원이다. 재외 선거관들의 주택 임차비와 근무수당 등에는 53억이 따로 배정됐다. 재외 투표 1표당 17만원이 든 셈이다. 한국에서 치르는 선거 1표당 평균 비용인 8천원에 비하면 약 20배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러한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재외국민 투표가 실시된 것은 정부도 정부이지만 재외 국민 자체가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콜로라도에서 이번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 온 한 교민은 이제야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나, 모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크게 달라졌다며 감격해 했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막판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거리유세에서 대면 공세를 펴는가 하면, TV 토론에 출연해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건 공약들이 모두 지켜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또한 정기적으로 봐왔던 북풍과 다름 없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지금까지 10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우리는 말만 번듯하게 하는 후보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 세금 내리겠다. 일자리 만들겠다, 교육비 지원하겠다, 노후대책 확대하겠다 등의 공약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사실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이 다 지켜졌다면 한국은 오래 전에 지상 천국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 후보들의 똑같은 레퍼토리에 국민들은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져 있지만 그래도 온 국민이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대선 막바지에 임박한 그들이 내뱉는 많은 공약들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재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대통령에게 이것만은 희망하고 싶다. 국내적으로는 가족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통령, 대외적으로는 전세계 국가, 특히 일본과 북한에 당당할 수 있는 대통령이면 좋겠다.  임기 동안 자신이 말한 공약 한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밀어 붙인다면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어도 직접 발로 뛰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 원동력을 만들어낸 그의 노고는 치하할 만하다. 그의 노력은 이번 18대 대통령에게는 분명, 한없이 고마운 힘이 될 것이다.
재외국민들의 선택은 모두 끝났다. 그러나 이 곳 교민들은 다른 주와는 달리 해야 할 일이 한가지 더 남았다. 다음 국민 투표를 위해 합심하여 영사관 설치가 불가능하다면, 하다못해 임시 투표소라도 콜로라도에 설치할 수 있도록 여론을 모으는 일이다. 대선 D-6이다. 강건한 조국을 만들어줄 대통령이 탄생하길 간절히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