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생일
2012-10-04 김현주 편집국장
그리고 한참을 걸어왔다. 벌써 포커스를 창간한지 6년이 됐다. 6개월 만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던 소문은 정말 소문으로 남게 됐다. 포커스 신문사는 그동안 꽤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콜로라도 언론역사상 최초로 동포를 대상으로 ‘신문기사 내용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해 독자와 함께 만드는 신문으로 발전시켰고, 매 분기마다 ‘광고 바르게 읽기 캠페인’으로 광고주의 광고효과를 높였다. 문화센터를 개원해 무료건강검진, 교양강의, 각종 세미나, 월드컵 응원전 등을 개최했으며, 웹사이트를 개설해 신문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콜로라도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신속 정확한 보도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뿐만니라 ‘이민 칠전팔기’ 수기공모전과 콜로라도 청소년 문화축제를 개최해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곳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올 10월부터는 콜로라도 최초로 콜로라도 어린이 동요대회가 개최된다. 이러한 문화 행사뿐만 아니라 많은 기획기사와 전문가 칼럼, 기사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나름 정확한 신문으로서 위상을 정립했다.
이처럼 창간 6년만에 규모를 갖추며 단시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열혈 독자 여러분들의 사랑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얼마전 신문을 들춰보면서 기사보다 광고가 많은 신문이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워졌다. 독자들을 위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런 신문은 광고주에게도 좋은 신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증면’이다. 이번호부터는 96페이지로 제작된다.
사실 지면 확장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콜로라도 언론사에도 불황이 찾아왔다. 1백 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콜로라도 유력일간지인 락키 마운틴 뉴스가 문을 닫았고, 2009년 덴버 중앙일보, 같은해 주간 신문사, 다음해 한국일보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지금도 형편이 썩 나아진 것은 아니다. 작은 규모의 업체들의 광고가 이어지긴 하지만, 광고료를 받지 못하거나 혹은 받는다 하더라도 광고료가 자꾸 낮아지는 것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더구나 내년에 비즈니스가 어떻게 될지 몰라 업소록 광고를 생각지도 못하는 업체도 허다하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아직도 불경기는 진행중이다.
하지만 불황만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더욱 두렵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필자의 생활철학이 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 필자의 생활은 이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군인 출신의 엄격한 아버지의 승낙을 받기가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내가 서울로 대학교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방학 중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집에 내려가지 못한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해외 배낭여행을 떠난 것도, 어렵다는 언론고시 1차, 2차를 통과하고 마지막 3차 면접을 남겨두고 그 전날 보따리를 싸서 아프리카 탐험대에 합류한 것도, IMF가 터져 미국 유학을 포기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 벌면서 공부하면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태평양을 건넜던 것도 모두 이런 생각에서 비롯되었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나의 생활 철학은 쓸데없는 고생을 하게 했지만 반면 많은 도전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도전이었던 미국행은 더욱 그랬고 필자는 지금도 그 연장선 위에 서 있다.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포커스가 당당히 설 수 있었다. 기사 잘 봤다면서 만두 사다 놓고 간 독자들, 음악회를 마친 다음날 감사의 메일을 보내준 독자들, 반기문 총장님과 찍은 사진을 보고 감격해 전화를 해온 독자들, 행사 때마다 후원해준 독자들, 이런 독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포커스가 가능했다. 때론 주위의 질투 어린 시선으로 폄하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우리 포커스 직원들은 필자보다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포커스의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얼마 전 한 독자가 마트 앞에서 필자를 보면서 ‘포커스 팬’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그 손이 부끄럽지 않게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히 질타하는 정론의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오늘은 포커스 창간 6주년 기념 칼럼인 만큼 우리의 자랑이 많았던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 창간 당시를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정진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