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 삽질
1912년에 미국과 일본 사이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 벚꽃 3,020그루를 기증했다. 당시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테프트 여사와 일본 대사 부인은 처음 두 그루의 나무를 워싱턴 D.C. 티달 베이신 북쪽 뚝에 심었다. 이 두그루 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이 벚꽃 기증을 계기로 해서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도 열린다. 지난 14일 덴버 역시 벚꽃 축제를 맞아 일본과 미국의 우정 100주년을 기념하는 50그루의 벚나무 식수 행사를 했다. 바람이 불고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이 삽을 들고 벚나무를 심기 위해 덴버의 타운 센터 공원을 찾았다. 지역 정부 대변인들과 지역 일본 관련 기관에서 먼저 7그루를 심은 후 일반 시민들이 나머지 43그루를 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 친화적 행사에 일부 한인들도 참석을 해 덴버 포스트지에 이름과 사진이 실렸다.
일본 정부가 독도영유권을 주장한 고교 교과서를 검정하고 외교청서를 발표하는 등 연이은 독도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동해’ 표기를 두고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한일간 사이버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에 올라온 동해표기 변경 청원서에는 이미 2만9천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을 했다. 제목은 ‘동해, 우리 교과서에 담긴 잘못된 역사’로, 미국 교과서에 표기된 ‘일본해’를 ‘동해’로 바로 잡아달라는 내용이다. 버지니아 한인회가 글을 올리자 미주한인총연합회도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서 서명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일본도 즉각 맞불을 놨다. ‘나리히라’라는 일본인은 ‘일본해, 아이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왜 바꿔야 하나’라는 청원서를 올렸다. 이 일본인은 동해가 역사적으로 줄곧 일본해였다고 강조했다. 일본해 청원 서명도 일주일 만에 4천명을 넘어섰다.
백악관은 사이트에 올라온 민원 중 30일 안에 서명인이 2만5천 명을 돌파하면 공식 입장을 밝히거나 공청회를 열게 되어 있다. 이후 미국의 공식 입장이 정해지면, 전 세계 지도나 교과서 표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21일 서명이 마감될 때까지 덴버 동포사회 또한 적극 참여해야 한다. 독도가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임이 분명한데도 제3자인 미국의 입장이 왜 중요할까.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일본을 자유진영에 편입하겠다는 정치적 계산 속에 일본의 입장을 두둔해 결국 독도영토 문제가 애매하게 처리됐고 그 결과 오늘날 독도문제로 야기됐다. 사실상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적 권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과거처럼 미국의 정치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어 미국의 입장이 중요한 것이다.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동해 표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한편,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도 세계적으로 분주하다. 얼마전 켄터키주 머레이 주립대학 교환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최장근 대구대 독도영토학연구소장이 학교에서 독도 특강을 했다. 이번 강의는 분명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지난 3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3.1절을 맞아 뉴욕타임즈에 독도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에서 서 교수는 미국을 하와이, 인도네시아를 발리, 이탈리아를 시칠리아에 이어놓는 등 각 섬들을 해당 국가와 연결해놓고 한국과 독도를 남겨놓았다. 이어 서 교수는 광고 하단에 “독도는 울릉도와 함께 동해에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섬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독도나 울릉도와 같은 수많은 예쁜 섬들이 있다”며 광고를 접한 이들에게 방문해볼 것을 권유했다. 훌륭한 광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땅이기에 우리땅을 주장하기 보다 관광을 접목시켜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렸다. 뉴욕 일본 총영사관은 이 광고에 대해 뉴욕타임즈에 항의했지만 망신만 당했다. 오히려 이 사건 이후 뉴욕타임스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면광고를 실기도 했다.
목포는 항구다,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독도는 우리땅 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어째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턱도 없는 얘기라고 안심하고 있었던 사이 일본의 만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위를 더욱 높여 집요할 정도로 독도를 넘어 이제 동해까지 탐하고 있다. 숟가락을 숟가락이라 하지 않고 포크라고 우기는 사람들과 맞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처음에는 괜히 일본과 맞서, 독도를 일본이 원하는 국제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 재판소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독도에 대한 분쟁을 인식한지 오래다. 이제 동해까지 가세되었다. 가만히 두고 볼일만은 아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국제법 차원에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북처럼 두들겨 맞아온 역사가 자랑스럽지 않다. 이래서 명확한 일본 영토에 ‘한국령’ 글자가 찍힌 지도를 만들어 배포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조용히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동안 독도는 벌써 8년 째 일본땅이 되고 있다. 이제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처럼 분통터지는 한일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봉사를 할 요량이면 한인사회를 위한 일을 찾아볼 것이지, 일본을 위한 벚꽃나무 심기행사에서 삽질을 하다니 그야말로 아스팔트 위에서 삽질을 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