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리면 안 되는 것들

2012-04-12     황상숙 기자

2010년 뉴욕타임즈에는 리튬건전지를 삼켜 사망한 아기의 기사가 났다. 동전만한 건전지의 성분이 아기의 장기에 구멍을 내고 치명적 손상을 입힌 것이다. 이렇게 인체에 치명적인 건전지가 그냥 버려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건전지의 껍데기가 부식되면서 수은 성분이 녹아 자연으로 흘러나온다. 흘러나온 수은은 특정 박테리아와의 대사 결과 유기 수은으로 바뀐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기 수은은 먹이 사슬을 통해  결국 우리 인체에 축척되어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데 특히 뇌 신경 장애, 청각 장애, 보행 장애, 언어 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등뼈가 휜 기형 물고기 등도 이렇게 버려진 수은의 영향이다. 건전지와 마찬가지로 형광등도 깨트려 버리면 형광등 안에 수은 증기가 공기 중에 노출되어 인체에 유해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괴물 출현의 발단은 한강에 흘러들어온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 때문이었다. 관객들은 영화의 시작에 등장했던 사람에게 분노했겠지만 정작 자신이 먹다 버린 약물 또한 어딘가로 흘러갔다는 것을 생각했을까? 아스피린 한 알을 완전히 희석시키려면 10억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2007년 대한민국 환경부가 실시한 4대강 수질검사에서 15종의 의약물질이 검출되었다. 2004년 영국에서는 전국 하천과 지하수 등 상수도원에서 항우울제 ‘프로작’ 성분이 검출되어 사회적 이유가 된 바 있다. 세제, 살충제, 자연호르몬 등 일부 성분은 생물의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킨다. 항우울제, 항암제, 항염제, 진통제, 호르몬 제 등 세포에 영향을 주는 의약물질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레이저 프린터용 토너는 화학제품인 만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검증되지 않은 비정품인 경우에는 더 많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사용하는 동안에도 안전하지 않은 이런 토너들이 그냥 버려지면 자원낭비일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유해하다.    최근 브라더에서는 배송비 없이 토너를 수거하고 있다. HP나 Canon에서도 토너 재활용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충전용 전지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면 처음에는 50달러, 두 번째는 100달러의 벌금이 부가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www.call2recycle.org나 earth911.com 등의 웹 사이트에서는 내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 충전용 건전지 등을 수거하는 장소를 검색할 수 있다. 그냥 버리면 인체에 유해하지만 잘 수거되면 환경도 지키고 자원으로 재활용 된다.

   DEA에서는 연 2회 약품을 수거하는 행사가 있다. 올해 4월 28일에 실시되는 ‘약품회수의 날(Drug Take-Back Day)’에 해당 경찰서에서 약품을 수거한다. 평상시 사용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가까운 약국에 가져가면 된다. 또 약국마다 약품 수거용 봉지를 팔고 있다.    재활용은 이것, 저것 신경쓸 일이 많고 귀찮기도 하다. 그러나 함부로 버려진 것들이 나의 컵 속에, 내 접시에 담겨져 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