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합니다

2012-03-09     김현주 편집국장

 현재 중국 길림성 용정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탈북자 31명의 북송 문제로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탈북자들을 지난 17일 북한으로 강제 송환할 계획이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송환을 보류하고 있다.    2008년 개봉된 영화 ‘크로싱’은 탈북자들의 애환을 다뤘다. 제목 크로싱은 월경(越境)이라는 영어 표현을 넘어, 북한 주민의 목숨을 건 탈출을 의미했다. 배우 차인표씨는 거기에서 탈북자의 삶을 열연했으며, 이를 인연으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후원해왔다. 그런 차씨가 지난달 21일 동료 연예인들, 여명학교 학생들과 함께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섰다. 크로싱의 주제곡 ‘Cry with us’를 부르면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저지를 이념의 문제 이전에 ‘양심의 문제’라고 봤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북-중 양국 정부가 국제 규칙을 위반하는 인권 탄압을 실행하고 있다며 질책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내 대학생들도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은 국제법을 위반한 인권 탄압이라며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있는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이번주 미국 의회도 ‘탈북자를 경제적인 불법 밀입국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강제북송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하고 있다.

 5일 끝난 미국 의회의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에서는 다시 한 번 탈북자들의 참상이 공개됐다. 4차례나 북송됐던 모녀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체포와 동시에 심한 학대를 받고 강제 북송된 후에는 투옥, 고문, 성폭력을 당한 후에 이내 처형된다고 한다. 북송 직전에 거치는 투먼 수용소는 6평 시멘트방에 양동이 분뇨통 1개, 여성들은 속옷만 입고 지내는 ‘지옥의 방’이 마련되어 있다. 생리대를 주지 않아 이불솜을 떼서 사용하고 방구석에 놓인 양동이는 분뇨가 가득 차야 버릴 수 있다.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해야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일자리에서 돌아온 그들에게 배급되는 것은 옥수수와 쌀이 섞인 주먹밥이다. 밤 11시까지 자아비판을 한 뒤 서로 옷과 몸에 붙어 있는 벼룩과 이를 잡고 몇 시간 눈을 붙인 뒤 다시 끌려 나간다.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는 세계인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강제 북송을 중단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이 겪게 될 이런 고통을 알고 있기에 그들의 북송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인권소위의 크리스토퍼 스미스 위원장은 대북 식량 지원과 탈북자 문제를 연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중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북한에는 탈북자 문제 개선 없이는 식량 원조도 없다는 점을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전세계적으로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중국의 강제 송환 정책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15년이 넘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해도 꼼짝 못하고 있었다. 자칭 ‘진보’를 외치는 민주통합당 등의 반응은 더욱 한심했다. 민주통합당은 탈북자 문제가 불거진지 10일이 지난 후에야 탈북자 북송 반대 결의안을 냈다. 민주당은 2005년 이래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 처리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인권법은 18대 국회 내내 외교통상 통일위원회에 계류돼 5월 자동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그들은 탈북자 청문회에도 불응하고 있다. 천성산 도롱뇽을 살린다며 단식과 시위를 했던 세력이 탈북자의 생명과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가짜 진보’이거나 ‘종북(從北)’임을 자인하는 일이다. 한시가 급한 일인데 정치인과 언론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시간 낭비만 하고 있다.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달 21일부터 단식 농성 중이던 박선영 의원은 지난주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을 마치고 실신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쇼를 한다고 비난하지만 이런게 쇼라면 국회의원 모두가 쇼를 했으면 좋겠다.

 지금 중국은 자신들이 가입한 난민조약 등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자유 인민이 극복해야 할 거대한 암초와 같다. 그 암초에 부닥친 세계인의 양심과 인권 존중은 산산이 조각나고 있다. 이대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낸다면, 이는 살기위해 도망쳐 나온 그들을 죽으러 가라고 되려 등 떠미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한국정부가 미지근한 대응으로 마무리를 지으려다, 언론과 대중의 힘에 맞닥뜨려 더이상 어정쩡한 입장으로 일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니 이왕이면 한국정부가 확실하게 반대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금 세계 여론은 미국에 실리고 있다. 그들은 미국 정부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미국에 사는 우리도 그들이 간절하게 내민 손을 잡아줄 준비를 해야한다. 이는 딴 나라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한민족의 일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필자도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에 한표를 던진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