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2012-02-23     황상숙 기자

 몇 년 전, 한 신문사에서 펴낸 책에 솔개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솔개는 최고 70년을 사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생후 40년이 되었을 때 큰 결심을 해야 한다고 한다. 바위에 부리를 깨고 새로 돋아난 부리로 발톱을 뺀다. 발톱이 자라면 날개를 하나 하나 뽑아서 약 반 년 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면 사냥에 유리해진 몸으로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은행이나 농구단, 검찰청에서도 ‘솔개 경영론’을 외치며 조직 개혁에 힘을 쏟았다. 여전히 인터넷에 동영상과 글로 감동을 주는 이 이야기는, 2006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조류가 부리를 다치면 다시 나지도 않을 뿐더러 생명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화일 뿐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 글이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변해야 산다는 것에 대한 공감.

 패러다임은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를 뜻한다. 과학철학자인 토마스 쿤은 천동설과 지동설을 예로 들면서, 어느 한 이론이 그르고 다른 한 이론은 옳다는 것을 나타낸는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 전체가 갖는 신념과 가치체계가 변화한 것이며, 문제 해결 방법이 달라진 것이라 파악한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현대의 표준 모형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일 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패러다임이라는 말 속에 변화가 담겨있는 것이다.

 1989년부터 1990년에 걸친 소련을 포함한 동구 공산권의 붕괴는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면서 민주화와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변화를 가져왔다. 80년대와 90년대의 극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80년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90년대 청년들을 이끌었던 리더를 본 적이 있다. 그는 10년, 20년이 지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였다. 청년들은 감동 받았고 도전했지만 참 많이 달라진 현실에 좌절을 맛보았고 많이 이들이 그 리더를 떠나갔다. 그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현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일관된 본부의 정책이었다. 현지 사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본부의 정책은 여전히 10년 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현지에 나가 청년들은 견디지 못하고 떠나갔다.

 너무나 빠르게 등장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세대의 간격을 더 넓히고 있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가 없다. 왜냐면 새로운 기술들은 복잡한 내용들을 단순하게 다루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습득하려면 어렵지만, 내가 사용할 몇 가지만 익히면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세대차이를 극복하는 비결은 공감이다. 대개 아이들과 눈을 마주하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듯, 윗세대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 어제와 달라진 오늘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확신에 찬 질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멋적지만 웃으면서 ‘그rrrr~뢔?(그래?)’라고 재치있게 대답한다. 다른 것에 대한 인정, 변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