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노선

2012-01-05     김현주 편집국장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이왕이면 즐겁게 한 살 더 먹자는 다짐을 하면서 방법을 찾기로 했다.  전북 김제시 성덕면에는 학성강당이 있다. 옛 서원의 시간이 그대로 고여 있는 곳이다. 의관을 정제한 스승 앞에 제자는 무릎을 꿇고 예를 다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가르침과 잠자리를 내주고, 제자들은 제 먹을 것을 가져와 학당에 기거하며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 평생 한학을 닦아오며 학성강당을 54년째 지켜오고 있는 큰 스승은 요즘 사람들이 고작‘돈 많이 벌라’는 것을 덕담이라고 하는 것에 한탄한다. 저마다 타고난 순한 본성을 힘써 지키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현실감이 느껴지는 덕담은 바뀌나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만이 사람이 인정스러워지고, 매사에 긍정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대세다. 그래서 믿지 않는다고 말하다가도 ‘올 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토정비결을 훔쳐보곤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방편이 무엇인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새해에 해야할 일이다. 거창한 계획은 필요없다.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개인적으로 행복한 한 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지난해 필자는 많이 피곤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개인적인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바로 사람을 비교하는 생활 습관 때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삶과 항상 비교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야단을 칠 때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다른 집 아이들은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두꺼운 책을 읽고, 자기방 청소도 잘하고, 먹고 난 빈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는다면서 사사건건 비교를 했다. 이외에도 더 많이 구구절절한 비교를 했음이 분명하다.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다. 제일 많이 비교대상이 되는 건 부부 사이이다. 누구 아내는 반찬도 잘하고, 집안 일도 잘하고, 심지어 얼굴까지 예쁘다면서 칭찬이 늘어진다. 가게일도 많은데 남편을 위해서 늘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남편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단장을 하고, 정갈한 말투도 잊지 않는다고  말이다. 아내의 입장은 이렇다. 다른 집 남편은 집안 일도 알아서 척척하고, 돈도 잘 벌어다 주고, 선물도 잘해주고, 자기 아내밖에 모른다면서 남의 남편과 끝없이 비교하는 습관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잘 알다시피 이런 비교 문구가 부부싸움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한 사람은 같은 시기에 이민을 왔지만 본인보다 잘사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보다 배운 것도 부족하고, 가진 것도 별로 없었던 이가 어느날 큰 집을 사고,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속이 뒤집어지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면서 살고 있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이 맞다. 지난 12월31일 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가족은 작은 촛불 한개씩을 케잌에 꽂으면서 새해 소원을 빌기로 했다. 막내는 아직 너무 어려서인지 내년에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 “놀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그래, 많이 놀아라”라고 답했다. 큰 애는 “자기방 청소를 잘하겠고, 엄마 아빠 말을 잘 듣겠다고”고 했다. 우리 부부는 일심동체로 “가족의 건강”을 기원했다. 각자 촛불을 끄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렇게 귀한 사람들을 더이상 비교의 도마위에 올리지 말자고 말이다. 올해는 옆집 사람을 높이고, 내 사람을 깍아내리는 비교격 발언은 접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봤자 결과적으로 본인만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어느 신문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포커스 신문만의 독자노선도 정해보았다. 포커스 신문사의 올해 중점 노선은 바로 청소년과 교육 부분이다. 우선 신문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실어야 한다. 그래서 올 한해 포커스 신문은 사람들 이야기가 넘치는 신문으로 거듭날 생각이다. 잘한 사람은 더 큰 칭찬으로, 공공의 적은 냉철하게 동포사회에 알려서 모범이 될 수 있다면 작은 기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알찬 기획기사를 준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문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덴버, 오로라 시장 등 많은 주류사회 인사들과의 인터뷰로 지면으로나마 주류사회와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 특히 교육분야의 책임자들과의 만남과 세미나를 통해 이민사회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참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발로 뛰는 기사이기 때문에 시간 투자가 필수다.

 세번째는 문화센터 개방건이다. 오픈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현재 덴버 한인사회에서 유일한 커뮤니티 행사 장소인 포커스 문화센터를 청소년들에게 적극 개방할 생각이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강좌도 계획중에 있다. 네번째 한인사회를 활기차게 만들 여러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제3회 청소년음악회 뿐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인데, 구체적인 일정은 신문을 통해 그때마다 보도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웹사이트를 활성화시킬 구상을 하고 있다. 덴버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독자들을 위해 개설을 해서 이제는 이용자수가 상당히 늘었다. 지난 3년동안 매달 지출된 관리비만 해도 상당했다. 이제는 이를 활성화시켜 또다른 여론 수렴의 장으로 역할을 담당할 생각이다.  실패해도 좋다, 돈에만 집착해도 괜찮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1년에 얻은 경험과 자신감으로 더 큰 2012년 그려보길 바란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