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합시다
얼마전 덴버시장인 마이클 핸콕씨를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한인 미디어와는 첫만남이라면서 반가워했다. 필자도 반갑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덴버에도 한인 비지니스가 많고, 거주자들도 꽤 있어 한인 커뮤니티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아마도 핸콕 시장이 한국과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같다.
핸콕 시장은 시장 당선이후 덴버와 일본간의 직항 노선을 적극 추진했다. 필자는 핸콕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전 펀드레이징 행사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참석한 아시안의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이렇게 일본인들은 물심양면으로 핸콕을 도왔고, 그를 시장에 당선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한 보답차원으로 덴버와 일본간 직항 노선을 개설하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핸콕 시장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일본을 두어번 방문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한국 음식도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는 말에 필자는 오히려 미안했다. 이 곳 미국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은 한인 커뮤니티가 해야할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핸콕 시장은 포커스와의 인터뷰를 빠르게 수락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호감이든 비호감이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다음 주 11월1일에는 오로라 시장 선거가 있다. 한인 상가 밀집 지역뿐 아니라 한인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 바로 오로라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로라 시장 선거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걸고 시장 선거에 출마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이런 의미로 본지는 6명의 오로라 시장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몇 주 전 싣기도 했다. 특정 인물만 보도하는 자세는 옳지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기사였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도 유권자들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미국에 사는 백인들이 흑인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그가 말하는 미래와 공약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오랜 관행으로‘피 한 방울의 원칙(One Drop Rule)’이 적용되어 왔다. 선조 중에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하는 현상이다. 이 원칙에 따라 백인 어머니가 키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으로 분류된다. 이런 원칙까지 만들어 백인 우월주의에 빠져있었던 미국의 백인들이 혈연과 지연을 떠나 그에게 한 표를 행사했던 것은, 관심을 가지고 오바마를 잘 따져봤기 때문이다.
오로라시는 한인 커뮤니티에게는 중요한 터전이다. 시장이 당선되고 난 뒤 이 사람은 어땠고, 저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사석에서 논하지 말고, 직접 참여해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오로라 시장이 한인 커뮤니티의 행사에 참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기야 한국을 알릴만한 행사가 없었던 것도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오로라 시장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며 막판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 중 무시할 수 없는 표심이 히스패닉계라고 한다. 그들 중 불법 체류자가 많긴 하지만 합법 체류자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오로라 시장 후보들이 한인 커뮤니티를 찾아 나선 경우는 드물다. 그들의 당락에 좌우될 만큼 한인 커뮤니티의 역량이 낮다는 뜻일게다.
지난 2005년 12월 미국 연방의회는 1월13일을‘미주 한인의 날’로 지정했다. 1월 13일은 1903년 102명의 한인 이민자를 태운 여객선 갤릭 호가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날이다. 결의안 제출자인 캘리포니아 출신 공화당 에드로이스 의원은 “현재 미국에는 100만 이상의 한국계 미국인이 살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는 이들 미주 한인의 기여로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역설했었다. 그 당시 남가주 한인사회의 경제규모가 소득기준으로 총 257억 달러인데, 이는 대구광역시의 1년 총 생산량보다 더 큰 규모다. 에드로이스 의원의 말이 공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이곳 콜로라도에서도 한인 사회의 막강한 파워를 보여줄 때가 왔다. 현 오로라 시장인 에드 타워는 2회 연임 임기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새 시장이 당선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20년 이상 오로라 시장 자리를 군림해왔던 타워 가문의 레전드가 막을 내리게 되는 이때야 말로, 한인사회의 파워를 보여줄 절호의 찬스다. 한인의 날을 굳이 정하지 않아도 항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민족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곧 대대적으로 교육세 등 세금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한인들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오로라 시장 선거에 한인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면, 운전면허 시험을 한글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한인 커뮤니티 행사에 대대적인 지원을 받을지도 모른다. 투표용지가 복잡해 보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우리의 권리를 꼭 행사해야겠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