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2011-10-13     김현주 편집국장

 콜로라도는 해외에 살고 있는 고령의 부모나 친지를 초청해도 좋은 곳이었다. 왜냐하면 콜로라도주는 지난 수 십년 동안 고령자들이 이민 온 뒤 별 제약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납세자들의 비난이 커지자, 1년 전부터 콜로라도 주정부는 노인연금(Old Age Pension)을 받으려면 5년간 합법적인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적 제한을 시행하게 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콜로라도 휴먼 서비스국에 따르면, 2010-11년에 노인 연금 프로그램에 지출된 돈은 7750만달러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60만 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합법적 이민자가 노인연금을 받으려면 5년간 미국에서 거주해야 한다면서 규정이 바뀌자 지금까지 연금을 받던 수 천명이 수령자 명단에서 떨어져나갔다. 이들 중 많은 수는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을 받던 노인들이었다. 노인연금 프로그램은 60세가 넘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최고 한달에 699달러까지 현금을 보조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콜로라도주에는 23,000명 정도가 되는데, 연금 수혜자들 대부분은 자동적으로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을 자격까지 생긴다.

 콜로라도주의 유권자들은 지난 1936년에 노인연금 프로그램을 주 헌법에 추가했다. 처음 이 법이 만들어졌을때 노인연금 수혜자는 연금을 받기 전에 35년동안 콜로라도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제한을 없앴고, 수혜자가 반드시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는 제한도 폐지함으로써 영주권자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콜로라도 법상, 노인 연금 수령자 가족의 수입은 노인연금 프로그램의 수혜 자격을 결정하는데 고려되지 않았다. 따라서 노인의 자식이 수 백 만달러의 자산가라 하더라도 연령만 되면 주정부로부터 최고 월 699달러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연방법에 따라 해외에서 이민자를 초청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이민자에 대한 재정보증에 서명해야 하는 규정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규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살고 있는 나이든 부모를 콜로라도로 초청해 오면서 연방 정부에는 자신들이 부모를 부양하겠다고 약속해놓고서는, 입국후에는 곧바로 부모를 위해 노인 연금 프로그램을 신청하곤 했다. 그러나 콜로라도 주정부가 규정을 바꿈에 따라 이제 노인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5년간의 영주권자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연방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5년간 합법적 영주권자로 미국에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과도 일치하게 됐다. 2010년 7월에 주 전역에서 노인연금 프로그램 수혜자는 24,540명이었다. 그러나 작년 9월이 되자 이 수는 22,677명으로 줄어들었다. 주정부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노인 이민자를 보호하기 위해 난민이나 스폰서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은 예외로 해 이들에게는 혜택을 주고 있지만, 아라파호 카운티 휴먼서비스국에 따르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혜택을 요구하면서 실제로 꼭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인사회에서도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문제없이 노인연금을 잘 받아왔던 이들도, 연금이 끊기면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정말 생활이 어렵고 도움이 절실한데도 법적 제재에 걸려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생긴 것이다. 이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납세자들의 세금을 거리낌없이 받아쓰려는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비지니스를 운영하면서 먹고 사는 일에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들도 자격이 되지 않는 부모들에게 연금을 받아야 한다고 노래를 부른다. 노인 연금을 신청하러 갈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로 허름한 옷을 입고, 최대한 불쌍하게 보여야 한다는 공식이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생각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구 타 쓰다가는 결국 피해는 납세자와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인 이민 역사도 100년이 넘었다. 이제 이 사회에서 정식 국민으로 당당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차한 편법 사고는 버려야 한다. 미국 국민들의 입장에서 한번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인 사회에서도 미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온 이들이 많다. 이들은 열심히 세금을 냈는데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 받아야할 연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혜택을 받아야 할 때 받지 못하게 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어야 할 혜택을 줄여야 한다’면서 큰소리치게 만든 꼬투리를 우리가 제공한 셈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노인 연금을 받으려면 영주권 받은지 10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정당하게 납세의 권리를 받아야하는 사람들, 혹은 정부 보조가 꼭 필요한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우리를 위해서라도‘나라 돈은 눈먼 돈’이라는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