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2011-08-18     김현주 편집국장

 지난 달 ‘최악의 업체를 선정한다’는 캠페인성 사고(社告)가 나간 적이 있다. 한인업체에게 피해를 입었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소비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 더 이상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업체의 존재를 알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였다.

 사실 이번 ‘최악의 업체 선정’이라는 기사 제보건은 한 파이낸스 업체 때문에 시작됐다.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크레딧 교정을 해준다고 2천 달러를 받아갔는데, 10개월이 지났지만 전화도 안 받고, 크레딧도 교정해 주지 않았다면서 전화 걸어온 제보자뿐만 아니라, 그의 미국 친구까지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S사는 그 친구의 신분을 도용해 사무실을 임대하고, 비즈니스 명의까지 등록했다는 것이다. 결국 S사로부터 임대료를 받지 못한 랜드 로드는 책임 추궁을 그 친구에게 했고, 법적 절차까지 밟고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 친구는 비즈니스 오너로 둔갑되었고, S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벌써 이 업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보자는 또 다른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불경기로 인해 크레딧이 망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노리고 크레딧 교정을 해준다며 돈을 받아가고, 융자 해준다고 선이자를 떼어가는 업체들이 늘면서 순진한 콜로라도 교민들이 더 이상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신문사로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최악의 업체 선정 건이었다.

 예상대로 이 공고가 나간 뒤 전화가 빗발쳤다. 지금은 문을 닫았는지, 계속 영업을 하는지 연락이 도통 안 되지만, 한때는 잘나갔던 A여행사에 대한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영어가 서툰 어르신들은 한인 여행사에서 티켓을 문의하고 예약한다. 제보자는 아내를 위해 A여행사에 한국행 티켓을 부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다시 한번 예약상태를 점검해달라며 여행사에 확인 전화를 했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제시간에 덴버 공항을 떠나지 못했다. 새벽 일찍부터 한국을 가겠다고 들뜬 마음으로 공항에 들어선 고객은 아찔할 수 밖에 없었다. A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는데, 아침 일찍부터 전화했다며 오히려 화를 내면서 끊어버렸단다. 지금까지 비행기 티켓값 차액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무엇보다도 티켓에 문제가 생기면서 제보자는 세탁소 문을 열지 못했고, 자녀도 공항에서 문제를 해결하느라 학교도 가지 못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발을 동동 굴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공항 직원들이 나서 도와주었다고 한다. 공항에 직접 나와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방법만 알려줬으면 되는데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내면서 전화조차도 받아주지 않은 그 여행사 때문에 한국에 가고 싶어도, 그 날의 악몽이 되살아나 여행사를 더 이상 못 믿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아직 타운에서 건재하며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식당의 웨이츄레스에 대한 불만이었다.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식당을 갔는데, 주문한 음식이 아니고 다른 음식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음식은 주문한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니까, 웨이츄레스는 ‘주문한 음식이 맞다’라고 계속 우기더니 급기야는 음식을 먹지 말라면서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갔을 때는 런치 타임 때문에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런치 가격을 제공한다고 해 놓고, 런치 타임을 지키지 않는 식당에게 이유를 묻자 ‘그건 자기 마음’이라는 식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하는 식당이라면서 좀처럼 화를 식히지 못했다. 건축업체에 대한 불평도 허다했다. 제시간에 공사를 끝내지 않고, 문제가 생겨 전화를 하면 오리무중이다. 결국 의뢰인은 돈은 돈대로 들고, 공사 마무리 또한 제 손으로 하느라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또, 지저분하고 무례한 미용실, 죽어도 연락 안 되는 보험사에 대한 항의도 여러 건 있었다.    

 사람들은 껄끄러운 문제가 생기면 전화 통화를 회피한다. 하지만 피하다 보면 오해만 부를 뿐이다.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편이 훨씬 낫다. 늘 들고 다니는 핸드폰인데, 바빠서 1분의 여유도 낼 수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성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지난 1달여 동안 이렇게 많은 사연을 듣고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싫은 사람은 다른 사람도 싫어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제보만 믿고 확인절차 없이 결과를 기사화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공익과 사회 정의라는 명목으로 시작한 캠페인이긴 하지만, 잘 하고 있는 업체까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춤하게 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을 흐린다는 말이 떠오른다. 미꾸라지 한 마리 때문에 동종 업체 전부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12월초까지 여론을 수렴할 생각이다. 발표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모든 업체들이 미꾸라지가 되기 않기 위해서 약간의 노력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것이 이 캠페인의 진정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편집국장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