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더 콜로라도대 ‘공포의 뇌 반응’ 규명, 덴버 ‘13층 유령의 집’서 착안
덴버의 명소 ‘13층 유령의 집(13th Floor Haunted House)’은 90도 회전 통로, 으스스한 조명, 그리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으로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연구진은 바로 이런 ‘깜짝 놀람(jump scare)’이 불안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단서를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abc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13층 유령의 집’은 놀람, 웃음, 비명 등 다양한 감정 반응을 유도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총괄매니저 브라이언 코프(Bryan Kopp)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동시에 탈출구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심장이 쿵쾅대면서도 즐겁다”고 전했다.
퍼포먼스 매니저 더스티 살라스(Dusty Salas)는 “공포의 심리학은 ‘예술의 일부’라고 본다. 우리는 현실을 잠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공포는 아드레날린이 솟는 ‘재미있는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CU 볼더 심리·신경과학과의 수재나 몰라스(Susanna Molas) 조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공포 반응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몰라스 교수는 최근 ‘점프 스케어 과학(jump scare science)’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는 공포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과 뇌가 한때 위험하다고 여긴 자극을 시간이 지나 안전하다고 학습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연구진은 이를 실험하기 위해 일명 ‘생쥐 유령의 집(mouse haunted house)’을 만들었다. 실험 공간 위로 포식자가 다가오는 것처럼 그림자를 드리우면 생쥐의 뇌 활동이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결과 연구진은 ‘인터페던큘러 뉴클리어스(중간다리 핵/interpeduncular nucleus/IPN)’이라는 작지만 중요한 뇌 영역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뇌가 위험을 감지할 때 활성화되며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학습이 이루어질 때 점차 활동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3층 유령의 집’은 여전히 공포와 재미 사이의 미묘한 균형으로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관람객 헬레나 드뢰더(Helena Droeder)는 “순간적으로 생존 본능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이런 감정은 다른 데선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당수 방문객들에게는 이곳이 단순한 오락 공간을 넘어 자신이 두려워하는 감정을 안전하게 마주하고 뇌가 공포를 인식하는 방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체험형 실험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