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간 지속된 덴버공항 여객 증가세 ‘주춤’

덴버시, “경제 불확실성 탓” … 미국내 직항 노선수는 1위

2025-10-23     weeklyfocus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늘어나던 덴버국제공항(DIA)의 여객수가 올해 들어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덴버 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연간 이용객 1억명 목표를 향한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DIA 측은 2025년 여객수가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면서 “경제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요인(geopolitics)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IA는 최근 미국내 공항 가운데 국내선 직항 노선수는 197개로 전국 1위를 기록했으며, 국제선 부문에서도 여전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결성(connectivity)’이야말로 공항 성공의 핵심 지표라고 분석한다.

콜로라도 기반 항공산업 컨설턴트인 마이크 보이드(Mike Boyd)는 “여객수로 공항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목표(a stupid goal)’다. 실제 여객수는 항공사가 얼마나 좋은 요금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항의 진짜 경쟁력은 접근 가능한 노선수에 있다. 특히 국제선 확충이 중요하다”며 “덴버에서 모로코·폴란드·스페인 등으로 향하는 직항편이 새롭게 추가된다면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공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8월 DIA 이용객수는 5,49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5,520만명 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4년 8,240만명(전년대비 5.8% 증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흐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2019년(6,900만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19%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된 다른 미국 공항들과 달리 지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2024년 기준 DIA는 미국내 3번째로 붐비는 공항, 전세계에서는 6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애틀랜타(1억 800만명)였고 두바이(9,230만명), 달라스-포트워스(8,780만명), 도쿄(8,590만명), 런던(8,380만 명)이 2~5위에 올랐다.

덴버시는 이용객수 1억명 목표를 일자리 창출과 기업 유치의 상징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DIA 항공서비스개발 및 연구 담당 부사장 로라 잭슨(Laura Jackson)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정치적 수사와 정책 등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초래했다. 이로 인해 특히 일반석 승객들의 수요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수입과 매출 흐름에 대한 불안을 느끼며 여행 지출을 미루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부연했다.

DIA는 올해 6월, 국내 직항 노선 197개를 확보하며 미국 공항 중 1위에 올랐다. 이는 2025년에만 새로 추가된 12개 노선 덕분이다. 달라스-포트워스와 시카고 오헤어가 각각 195개 노선으로 그 뒤를 잇는다.

국제선 여객은 올해 들어 8월까지 전년대비 6.2% 증가해 또 한번 기록을 세웠다. DIA는 현재 19개국 35개 도시로 향하는 직항편을 운영 중이다. 국제선 이용객은 전체 여객의 약 6%를 차지한다. 지난 1년 사이 터키 이스탄불, 아일랜드 더블린, 이탈리아 로마 직항이 추가됐으며 항공사들은 승객 증가세를 보고하고 있다. 공항 측은 올해 말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10월 26일 취항), 멕시코시티, 아일랜드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잭슨 부사장은 “올해의 일시적 감소가 장기적 성장 궤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여전히 1억명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년내 국제선이 전체 여객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달성할 수 있는 한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DIA는 21억 달러 규모의 리모델링과 확장 공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3제곱마일(약 137㎢)에 달하는 공항 부지에는 제7 활주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공항 부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파드 국제공항(299제곱마일)에 이어 두 번째다.

공항내 신규 시설에는 시간당 240명을 처리할 수 있는 보안 검색대, 대형 조형물 ‘목화나무(cottonwood tree)’가 설치된 그레이트홀(Great Hall), 명상실, 어린이 놀이공간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2045년까지 연간 1억 2천만명을 수용하기 위한 청사진의 일부다. DIA는 1995년 개항 당시 최대 5천만명 수용 규모로 설계됐다. 그러나 JD파워의 북미 공항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DIA는 여전히 주요 공항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공항 측은 “대규모 공사로 인한 이용객 피로(construction fatigue)를 잘 알고 있다”며 “그레이트홀 공사가 마무리되면 만족도 점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덴버 시내에서 DIA로 향하는 접근 도로 혼잡도는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주요 진입로인 페냐대로(Peña Boulevard)를 중심으로 주택 개발이 급증하면서 차량 정체가 심화됐다. 70번 주간고속도로에서 DIA까지 이어지는 11마일(약 18㎞) 구간의 평균 이동 시간은 과거 8분에서 현재 24분으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교통사고 발생시 경찰과 구급대 출동시간이 30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덴버시는 페냐대로 확장을 추진 중이며 이는 연방 환경심사 절차에 달려 있다. 스테이시 스테그먼(Stacey Stegman) DIA 대변인은 “페냐대로는 공항의 생명선이다. 환경평가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철도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로 주변 개발의 영향이 뚜렷하다. 긴급차량 통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교통 불편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