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윤석열 정권 감사 · 인사 대대적 검증 착수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이재명 정부서도 반복 논란

2025-09-19     weeklyfocus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전 정권 감사와 인사 검증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문재인 정부 관련 감사의 적절성을 따지는 대규모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국가보훈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특정 감사를 예고했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의힘 소속 일부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계엄 동조 여부를 조사하는 등, 전 정권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부처에서는 윤석열 정부 당시 승진한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선별 교체 작업’도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이재명 정부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밤 감사관 40여 명을 투입해 ‘운영 혁신 TF’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정상우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정부 잘못된 감사 운영을 바로잡고,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감사원 정상화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지 닷새 만이다.

정 사무총장은 “감사관들이 개인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일부 감사관에 대한 징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감사원은 TF의 목적에 대해 “언론과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비판받아 온 특정 감사뿐만 아니라 감사 운영 전반을 점검해 운영을 쇄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F는 ‘진상규명팀’, ‘인사개선팀’, ‘감사·모니터링·평가팀’으로 꾸려졌으며, 이 가운데 진상규명팀에만 30여 명이 배치됐다. 복수의 감사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상규명팀은 윤석열 정부 시절 진행된 7~8건의 주요 감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사 대상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비위 의혹 감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국가 통계 조작 의혹 감사 ▲DMZ 북한 GP 철수 검증 감사 ▲사드(THAAD) 배치 지연 의혹 감사 등이다. 이들 사건은 감사원이 ‘문 정부 고위 인사의 비위’를 결론지었던 사안으로, 상당수가 검찰에 송치돼 기소됐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감사원 실무진 사이에서는 “민주당 인사를 감사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수백에서 수만 쪽에 이르는 기록과 증거가 남아 있는데, 이제 와서 왜 이런 결론을 냈냐고 묻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민주당 정권 인사에 대한 감사는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훈부, 김형석 관장 특정 감사, 해임 수순?

 국가보훈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대상으로 특정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를 사실상 해임 절차로 해석한다. 김 관장은 지난달 광복절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 승리의 산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으며, 민주당은 그를 극우 성향 인사라고 규정하고 파면을 요구해왔다.
 보훈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을 사유화했다는 의혹, 예산 집행의 적절성, 복무 실태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는 “감사 착수 자체가 이미 해임 절차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12일부터 서울·부산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 당시 동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계엄 선포 직후 일부 지자체가 청사를 폐쇄하고 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 만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정부 시절 경찰국 신설 논리를 제공한 공무원이나 지방교부세 감액을 주도한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 필요성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행안부 내부에서도 ‘정치적 청산’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부 부처와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1급으로 승진한 고위 공무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경우 신임 사무총장의 요구에 따라 1급 간부 5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으며, 기획재정부 1급 상당수도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국가정보원과 국세청도 1급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사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전환된 뒤 “특히 산하 기관을 각별히 챙겨 성과를 내라”며 국무위원들에게 인사 조치를 서두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직접 일괄 사표를 지시한 적은 없다”며 “각 부처 장관이 관례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일련의 감사와 인사 조치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단행됐던 적폐청산의 재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 ‘적폐청산’을 1호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전 정권 고위직을 대거 교체·처벌했다. 당시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수사와 인적 쇄신이 집중적으로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정부 시절 적폐청산으로 국민이 둘로 갈라졌다”며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보복성 감사는 국정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