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린 고교 총격 사건에 충격받은 다수 고교생들
총기 폭력 규탄하며 집단 등교 거부
에버그린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두 명의 학생이 중상을 입은 지 이틀 만에, 콜로라도 주내 여러 학교 학생들이 총기 폭력에 항의하며 집단 등교 거부에 나섰다.
CBS 등 덴버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바다 웨스트 고교 학생들이 11일 집단 등교 거부에 나선 데 이어, 12일 오전에는 휘트리지 고교 학생들이 총기 폭력에 항의하고 에버그린 학생들과 연대하기 위해 교정을 떠나 시위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캠퍼스를 둘러싸고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 총기 폭력을 끝내자”, “아이들을 지켜라, 총기가 아니다”, “총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으며,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16세 데즈먼드 홀이 에버그린 고교에서 동급생들을 향해 총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의 신속한 봉쇄 절차가 더 큰 참사를 막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학생이 촬영한 영상에는 교실 안에 몸을 숨긴 학생들 앞에서 홀이 문을 두드리며 경찰인 척 속여 들어가려는 장면이 담겼다. 또 다른 많은 학생들은 인근 주택가로 달아나 도움을 요청했다. 부상자 중 한 명은 12일 상태가 위중에서 중상으로 호전됐으나, 다른 한 명은 여전히 위중한 상태다. 총기 정책 연구 단체인 ‘에브리타운 리서치 & 폴리시(Everytown Research & Policy)’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내 학교에서 최소 100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32명이 사망하고 98명이 부상을 입었다.
휘트리지 고교 12학년생 잭슨 보웬(Jackson Bowen)은 “에버그린 고교 사건 이후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제퍼슨 카운티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직후 학생들이 학교 측과 대화를 나눈 뒤, 집단 등교 거부 계획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보웬은 “우리의 메시지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쳤다! 지금의 상황에 만족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결책이 무엇이든 지금 필요하다. 입법자들과 지역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학교와 교회,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에 지쳤다. 모두가 안전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이제는 끝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키플링 스트리트와 32번가 교차로에 모였다. 지나가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지지를 보낼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같은 날 레이크우드 고교, 제퍼슨 고교, 스탠리 레이크 고교에서도 비슷한 집단 등교 거부가 이어졌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