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체포 콜로라도 이민자 대다수 범죄전력 없어
6월11일~7월28일 총 828명 중 절반은 단순 불법체류 혐의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대규모 추방 계획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콜로라도에서 연방이민세관단속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ICE)에 의한 체포 건수가 급증했다. 그러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체포 건수가 급증하는 와중에도 과거 범죄 전력이나 혐의가 없는 이민자들의 구금 비율이 점차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UC 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가 정보공개법 소송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덴버 포스트가 분석한 결과, ICE는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28일까지 콜로라도에서 총 828명을 체포했다. 하루 평균 17명 이상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첫 5개월(6월 10일까지)보다 50% 이상 더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하루 평균 체포 건수가 무려 5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추가로 18%는 기소 중이었으며 절반 가까이는 범죄 혐의조차 없는 채 불법체류 혐의만으로 체포됐다. 이는 변화된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초반 5개월 동안 콜로라도에서 체포된 1,639명 가운데는 3분의 2가 범죄 전력자(38%) 또는 기소자(29%)였다.
헨리 샌드먼(Henry Sandman) 콜로라도 이민자 권리연합(Colorado Immigrant Rights Coalition) 사무총장은 “지역사회에서 들려온 증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데이터는 ICE가 ‘범죄자만 겨냥한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숫자 늘리기에 혈안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스티브 코테키(Steve Kotecki) 덴버 ICE 지부 대변인은 지난주 덴버 포스트 취재진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데이터는 ICE가 최신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명확한 단속 현황을 보여준다. 덴버 포스트는 콜로라도 주내 체포, 실질적으로 콜로라도에서 발생했음에도 와이오밍으로 기재된 사건, 주 표기가 누락됐지만 콜로라도 주내 티운이나 카운티에서 이뤄진 체포까지 포함해 분석했다. 분석 과정에서 중복된 사례와 장소가 불분명한 소수 체포 기록은 제외됐다. 수개월내 두 차례 체포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일부 포함됐다.
다만 체포자의 범죄 경력 기록에는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 미국 불법 입국은 첫 적발시 민사 위반으로 처리되지만, 재입국시 적발된 경우에는 중범죄로 분류된다.
이번 공개 자료에는 지난 7월 9일간 실시된 대규모 단속도 포함돼 있다. ICE는 당시 “형사범죄 혐의가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불법 체류자 243명을 덴버에서 체포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UC 버클리 연구진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실제 체포자는 232명에 그쳤다. 이 가운데 과거 유죄 판결이 있던 사람은 66명, 기소 중인 사람은 34명뿐이었다. 대다수는 범죄 기록이 전혀 없었다. 코테키 ICE 대변인은 7월 작전에 관한 추가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덴버 포스트는 앞서 ICE가 이번 작전에서 ‘살인 전과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주 교도소에서 출소 직후 ICE로 넘겨졌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ICE는 이를 ‘덴버의 피난처 정책 탓’이라고 비판했지만, 실제로는 주 교정당국이 ICE와 협력해 신병을 인계한 것이었다. 해당 남성은 멕시코로 추방됐으며 UC 버클리 자료에도 관련 기록이 반영돼 있다.
다만 자료가 완전하지 않아 ICE 발표를 전부 검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구진 역시 데이터 오류와 누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자료에는 구금자 이름은 없고 일부 인적사항만 기록돼 있어 검증에도 한계가 있다. ICE는 7월 작전 당시 체포자 8명의 실명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최대 7명까지는 UC버클리 자료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인 블랑카 오초아 텔로(Blanca Ochoa Tello)는 7월 14일 라플라타 카운티에서 마약 밀매 수사와 관련해 ICE 수사팀에 체포됐으나, 자료에서는 해당 카운티에서 여성 구금 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불일치가 드러났다. 덴버 포스트는 ICE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콜로라도와 와이오밍 주내 자료를 비교·분석하고, 다른 주 자료까지 대조해 오기 가능성을 살폈다.
전국적으로도 여름철 ICE의 체포는 급등했다. 시러큐스대 연구진 자료에 따르면 6월 한달간 총 3만 6,700명 이상을 구금해 2019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월간 체포 기록을 세웠다. 7월에도 3만 1,200명 이상이 체포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추방 가속화를 위해 구금 수용 능력 확대에도 나섰다. 지난 7월말 워싱턴 포스트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ICE는 콜로라도 주내 수용 능력을 3배로 늘릴 계획을 세웠으며 오로라에 있는 유일한 시설 확장과 함께 최대 3개의 신규 구금시설을 신설할 방침이다. 지난달 기준 오로라 시설에는 1,176명이 수용돼 있었다.
올해 ICE는 콜로라도에서 60여개국 출신 이민자를 체포했다. 여기에는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구금된 이란인 10명도 포함됐다. 특히 6월 21일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직후 하루 만에 6명이 체포됐고 이후 이틀간 추가로 3명이 구금됐다. ICE는 이 가운데 2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1명의 이란인 체포를 6월 24일 발표했다.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는 본국으로 송환됐지만 약 50명은 다른 나라로 보내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1월에는 베네수엘라인 9명이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이송됐다.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는 이들 중 상당수가 콜로라도 출신이라고 보도했으며 UC 버클리 자료와도 시점이 일치한다.
ICE의 예산이 급증하면서 이민자 권리 단체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콜로라도 이민자 단체 활동가들은 센테니얼 ICE 사무소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갑작스러운 출석 통지서를 받은 이민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친우봉사회(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AFSC) 콜로라도 지부의 조던 가르시아(Jordan Garcia) 디렉터는 당시 현장에서 4명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가르시아는 “그중 1명은 치매를 앓는 고령의 쿠바인이었는데, 아들과 함께 사무소에 들어갔으나 아들이 혼자 나와 아버지가 구금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