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적 사회(Liquid Society)를 살아가는 성도와 교회의 모습

2025-09-05     weeklyfocus

오늘날 세상은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저장능력은 빅데이터들을 만들어 내고 그 자료를 활용하는 AI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빠르고 광범위하며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현대 사회를 ‘리퀴드 소사이어티(Liquid Society, 액체적 사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액체는 고체와 달리 형태가 고정되지 않습니다. 그릇의 모양에 따라 변하고, 흘러가며,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바우만은 오늘의 사회가 바로 이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과거에는 한 직장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웃과의 관계도 오래 유지되었고, 교회 역시 평생의 신앙 공동체로 자리잡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직업은 짧은 주기로 바뀌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인간관계마저도 쉽게 형성되고 쉽게 무너집니다. 교회 출석 역시 ‘한 곳에 뿌리내려 헌신한다’는 개념보다, 상황에 따라 옮겨 다니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내적 태도입니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이를 ‘마인드셋(mindse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픽스드 마인드셋(Fixed Mindset, 고정형 사고)’입니다. 이 태도를 가진 사람은 능력이나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고, 실패를 피하려 하며, 익숙한 방식에만 머무릅니다.
둘째는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입니다. 능력이 학습과 노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실패조차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변화에 더 유연하게 반응하고,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갑니다.

교회 안에서 성도들과 상담하며 이야기 하다 보면 고정된 마인드셋을 가지고 신앙생활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마인드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언행으로 나타납니다.
* “나는 성경을 잘 몰라, 이제 와서 배워도 소용없어.”
* “기도는 은사가 있는 사람이 하는 거지, 나는 못해.”
* “교회 일은 늘 하던 분들이 하는 거야. 나는 그냥 앉아만 있으면 돼.”
이런 태도는 결국 교회를 멈추게 만듭니다. 리퀴드 소사이어티 속에서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교회와 신앙은 제자리에 머물러 버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교회는 새로운 예배 방식이나 사역을 시도하기보다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어”라는 말에 머물러 세대 간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젊은 세대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마 9:17)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버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지라는 도전입니다. 고정된 사고는 신앙의 생명력을 잃게 만들지만, 열린 마음은 복음을 계속해서 새롭게 경험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리퀴드 소사이어티가 반드시 위기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변화가 많다는 것은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예배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더 넓은 이웃에게 다가가는 길을 열었습니다. 세대 간 가치관 차이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며 풍성한 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태도가 바로 성장형 마인드셋입니다.

* “아직 성경을 잘 모르지만, 조금씩 배워갈 수 있어.”
* “기도가 서툴지만, 하나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연습해 보자.”
* “처음 맡아보는 사역이지만, 함께 배우며 섬겨보자.”
이런 태도는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도 신앙을 새롭게 자라게 합니다. 교회가 이런 태도를 가질 때, 리퀴드 소사이어티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복음을 전하는 기회의 장이 됩니다. 성경에서도 우리는 성장형 마인드셋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3장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이미 이루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빌 3:12)

바울은 자신이 완성된 존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달려가고,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앙은 멈춰 선 상태가 아니라, 주님을 닮아가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리퀴드 소사이어티는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 시대를 살아가느냐입니다. 픽스드 마인드셋은 교회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성장형 마인드셋은 교회를 열어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합니다.

교회는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성령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아직”이라는 가능성을 믿고,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로 나아갈 때, 교회는 세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복음의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계 21:5)
이 말씀은 단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과 교회 안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재의 약속입니다.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배우며 성장하는 성도와 공동체,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덴버 영락교회
한시원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