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교사 절반 이상 주거난에 시달린다
설문조사 결과 … 주거비 과중으로 교직 이탈 우려 심화
콜로라도주 교사들의 다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에서조차 살 집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교사는 이로 인해 직업 자체를 떠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덴버 CBS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싱크탱크 ‘키스톤 정책센터(Keystone Policy Center)’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우리는 가르치는 곳에 살 수 없다: 교사들의 시각(We Can’t Live Where We Teach: Teacher Perspectives)”에 따르면, 주전역에서 3,200명 이상의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교사들이 소득 대비 권장 비율을 훨씬 웃도는 주거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교사는 소득의 무려 40% 이상을 주거비에 쓰고 있었다.
응답자의 약 60%는 학군 차원의 ‘교사용 공공임대주택(district-provided affordable housing)’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으며, 70%는 학군이 집주인(landlord) 역할을 하는 데도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다.
키스톤 정책센터의 반 쇼얼스(Van Schoales) 선임 정책 디렉터는 “콜로라도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헌신적이고 효과적인 교사가 모든 교실에 있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가 수년간 들어왔던 우려를 수치로 입증한 것”이라면서, “주거 불안정은 더 이상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품질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덴버의 한 중학교 교사 대니얼 랜든Danielle Landon)은 경제적 압박으로 결국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그는 “형과 함께 살고 있는데도 모기지를 감당하기 어렵다. 석사 학위를 막 마쳤지만 여전히 집을 살 수 없는 현실이 낙담스럽다. 교사 자신 조차 버티지 못하는데 아이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농촌·도시·교외 지역을 가리지 않고 교사들의 고충은 이어졌다. 일부는 해외에서 온 교사들이 여러 명이 한 집에 억지로 함께 살고 있었으며 경력이 오래된 교사들도 생활비 부담 때문에 퇴직이나 전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일부 학군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로어링 포크(Roaring Fork)와 이글 카운티(Eagle County) 등 일부 학군들은 이미 학군이 소유한 교사 전용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주거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임대료가 교사 급여의 30% 이하로 제한돼 현재 교사들이 지불하는 평균 비용보다 훨씬 낮다. 쇼얼스 다렉터는 “로어링 포크와 다른 몇몇 학군에서 이 프로그램이 효용성이 확인됐다. 다만 학군 본연의 임무는 학생 교육이지 주택 공급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군들이 지역내 최대 토지 소유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자체나 개발업자와 협력하면 이런 프로그램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콜로라도가 심각한 교사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랜든 교사는 “지난 10~20년 동안 교사 이직률이 계속 높아져왔다. 주거 문제와 근무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교사들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내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바랄 뿐”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