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의자
Palo Alto, CA 에 위치한 True North 교회의 수석 부목사인 Eugene Park 목사는 최근 The Gospel Coalition 에 “I Miss the Pews” 라는 제목의 글을 기재했습니다. Pews 란 교회 예배당에 있는 긴 의자, 혹은 장의자를 말합니다.
많은 교회들이 예배당을 현대화 하면서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장의자를 떼어내고 개인 의자로 대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장의자가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집어보는 글이었습니다.
장의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많이 잊어버린 의미입니다. 바로 “함께하는 것” 입니다. 조금은 불편해도 장의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하도록 인도합니다. 같은 공간을 함께 나눠야 하고 함께 앉아야 합니다. 좁고 답답하더라도 서로 배려하고 용납하고, 또 때론 희생해야 합니다. 서로 부딪칠 때도 있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개인 의자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무리 의자를 붙여 놓는다 하더라도 의자가 주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이 의자, 이 공간은 바로 당신만의 공간입니다.” Eugene Park 목사는 이런 모습을 보며 교회가 Chipotle 와 같이 되었다고 비유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당신의 편리를 위해, 모든 것이 당신 만을 위해 제공되고 그 모든 선택을 당신이 할 수 있습니다” 라며 마치 Chipotle 줄에서 내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먹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교회 뿐만이 아니라 현 사회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인 가족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족은 영어로 ‘Family’ 입니다. 노예를 포함해서 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구성원을 의미하는 라틴어 “Familia” 에서 왔습니다. 중국은 ‘일가’, 일본은 ‘가족’이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일정감정기 시대 이후라고 합니다. 그 전에는 ‘식구’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아마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식구’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실 수 있습니다.
‘식구’란 ‘같이 밥 먹는 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한 집에 살아도, 아무리 같은 ‘핏줄’이라고 해도, 같이 식사를 하지 않으면 ‘식구’가 될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식탁 위에서 나누는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팔꿈치가 맞닿으면서 생기는 관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식탁 위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삶을 공유하게 됩니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각자 너무 바쁜 삶을 살다 보니 따로 밥을 먹는 것이 더 편합니다. 필자도 자녀가 셋이고 학교에, 클럽에, 레슨에 쫓아다니다 보니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식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어렵고, 불편하다고 해서 따로 밥을 먹고 따로 생활하다 보면 편리를 통해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참된 공동체란 서로 접촉하고, 서로 삶을 공유하고, 서로 불편을 감수하고, 서로 상대를 위하여 희생하고, 서로 함께 공존할 때 비로서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편리하다고, 쉽다고 따로 행동하다 보면 그 편리에 익숙해져서 ‘함께’라는 삶을 외면하게 됩니다.
사도행전 2장 후반을 보면 사람들이 자신의 재산과 소유를 팔아서 함께 공유하고, 함께 모이고, 또 함께 식사를 나누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함께 공유하는 것을 묘사하는 원어인 헬라어는 ‘koinonia’ 인데 이것을 ‘친교’라고 많이 번역합니다. 즉 진정한 공동체는 내가 희생하고 함께 삶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내가 불편하다 하더라도 ‘함께’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공동체가 세워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는 상징적인 ‘장의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담임하고 있는 참빛교회는 이중언어로 온세대가 함께 하는 예배를 매주 드리고 있습니다. 세대별 차이도 있는데 거기에 다른 언어까지 신경 써야 하니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들을 감수하고 함께 해야 진정한 공동체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저희 교회 교우들은 매 주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다 이해 못한다 하더라도, 때로는 내가 불편하다 하더라도 공동체를 위해 함께 공유하는 모습, 함께 영적 ‘장의자’에 앉는 모습이 바로 참된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장의자’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삶에서, 여러분의 가정에서, 여러분의 신앙 공동체에서 함께 공유하고, 함께 만들고, 함께 세워 나아가야 하고, 함께 앉아야 하는 여러분의 ‘장의자’는 무엇인가요? 내가 아니라 ‘우리’를 세워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참빛교회 유지훈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