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시 반이민 단속 항의 시위서 18명 체포돼
존스턴 덴버 시장, “폭력은 연방 개입 불러올 수 있다”경고
덴버시에서 열린 반(反)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위에서 총 18명이 체포됐다고 NBC 뉴스 등 지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시위는 지난 6월 10일 밤 덴버 도심에서 진행됐으며,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경찰은 질서 유지 명목으로 시위자들을 연행했다.
이번 시위는 사회주의해방당(Party for Socialism and Liberation)과 콜로라도 이민자 권리 연합(Colorado Immigrant Rights Coalition) 등 여러 진보 단체가 공동 주최했으며, 이들 단체는 과거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반경찰 폭력 시위 등에도 활발히 참여한 바 있다. 시위대는 최근 오로라 ICE 구금 시설 앞에서 벌어진 항의 집회의 연장선으로 이번 시위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상황은 격화되었다. 경찰은 시위대 중 일부가 고의적으로 기물을 파손하고 교통을 방해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체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론 토머스 덴버 경찰국장은 “외부 방해 세력이 시위에 침투해 본래의 메시지를 왜곡했다”며 “10일 밤 벌어진 일부 과격 행동은 명백히 계획적인 도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존스턴 덴버 시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폭력과 파괴 행위는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와 도덕적 정당성을 훼손할 뿐”이라며 “덴버는 연방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도시가 아니다. 시민의 안전과 질서는 우리 시 차원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작은 상점을 파괴하거나 경찰에 위해를 가하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행위는 절대 용납되지 않으며, 그러한 행위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주최 측은 평화적인 시위를 계획했다는 입장이다. 카를로스 로드리게스 대표는 “우리는 오직 인권과 이민자 보호를 위한 평화적 행진을 조직했다”며 “충돌을 일으킨 일부 참가자들은 우리 단체와 무관한 인물들로, 외부 자극에 의한 우발적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게스는 또 “연방 차원의 군 배치는 전쟁터에서나 가능한 조치로, 이런 방식은 미국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덴버의 이 같은 사태는 타주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의 급습 작전과 관련해 수천 명이 시청 앞 광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뉴욕시에서는 ICE의 이민자 구금 조치에 항의해 맨해튼 연방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이 이어졌다. 특히 뉴욕 시위에서는 다수의 대학생과 종교계 인사들이 참여하며 전국적 연대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방 이민정책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차원의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 성향이 강한 도시나 주에서는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간의 관할권 충돌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 법적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존스턴 시장은 덴버 시민들에게 평화적인 집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이민자들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지만,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덴버는 책임 있는 시민 참여의 모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방정부의 군 배치와 개입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민주적 자치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태는 이민정책에 대한 전국적 갈등이 지역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연방정부의 대응, 지역사회 리더들의 리더십, 그리고 시민사회의 자정노력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이와 유사한 시위의 성격과 결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혜 기자>